[현장클릭]대통령 불호령에 시늉이라도..

[현장클릭]대통령 불호령에 시늉이라도..

진상현 기자
2004.06.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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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대통령 불호령에 시늉이라도..

지난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금융기관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가진 이후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금융기관의 이기주의를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에는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먼저 은행연합회는 노 대통령이 금융협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접 실명까지 거론해 초긴장 상태입니다. 은행연합회는 간담회 직후 신동혁 회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연데 이어, 다음날 담당임원이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를 방문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조만간 은행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스템 위기시 금융기관 공동 대처 방안 및 은행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마음금융(배드뱅크)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한마음금융에 넘기지 않았던 별제채권을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넘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별제채권은 보증채무, 담보채무, 법적 조치가 진행중인 채권 등을 말합니다. 이들 별제채권들이 모두 넘어오면 다중채무를 모아 한꺼번에 채무재조정을 해주는 한마음금융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것으로 기대됩니다.

 

펀드의 미수금 우선충당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수탁은행들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수탁은행이 펀드 미수금을 우선 충당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법제상으로 모순된 부분이 있다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전에는 수탁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국민, 우리 등 4개 시중은행 수탁업무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시행령 개정시에 은행권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일단 수탁업무를 재개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은행권은 당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벗어나 법적인 문제만 해소될 경우 수탁업무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상당히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은행들이 노 대통령과 간담회 직후 상당히 부드러워 진 것 같다"고 귀뜸했습니다.

 

대통령과 간담회 이후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은행권을 보면서 대통령의 말이 그나마 금융권에서는 먹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이 전시행정에 그치거나 시장 원리를 깨뜨리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말이 생각납니다. "은행연합회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데 최소한 시늉이라도 해야 하니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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