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신행정수도 이전 재논의하자

[시평]신행정수도 이전 재논의하자

윤창현 명지대 교수
2004.06.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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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신행정수도 이전 재논의하자

영국항공에서의 일이다. 영업실적이 매우 좋아지자 이사회에서는 직원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연말연시 여행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고급휴양지 무료 항공권과 숙박권이 제공되자 많은 직원들이 연말연시를 통해 경영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를 즐겼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몇 달이 지나자 여승무원들이 대거 지상근무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임신이었다. 연말연시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가족끼리 즐기는 가운데 축하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임시직원을 단기교육을 통해 대량 투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기내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면서 회사의 실적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정책을 제안한 경영진이 문책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는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들뜨기 쉬운 연말연시에 고급휴양지로의 여행패키지는 시기상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던 것이다.

최근 신행정수도건설과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되는 것을 보면 매우 답답한 느낌이다. 정부가 서둘러서 추진을 강행하는 가운데 야당은 법통과가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국민에게 사과함으로써 이전반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이 정책의 당위성과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실시시기와 비용에 이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 우리경제에 있어서 재정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 분배요구로 인한 복지예산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부실화되는 가운데 기금고갈이 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부족분을 재정에서 메꾸면서 연금부문부실을 일정 부분 국가에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외환위기이후 엉망이 된 금융부문의 부실을 메꾸느라고 160조원 가까이 조달한 공적자금도 국가가 책임져야한다. 게다가 미군감축에 따른 자주국방확립을 위한 재원이 200조원가까이 들게 되어 있다. 현재 우리 일반회계 120조원 정도로는 턱도 없이 모자란 엄청난 재정수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가?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미래에 우리나라를 책임질 꿈나무들이 자꾸 줄어가고 있다. 또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해야 할 기업들은 투자는 커녕 유보이익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래의 소득세, 미래의 법인세원이 고갈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씨를 뿌려야 미래에 거둘텐데 씨를 뿌리지는 않고 뿌려야할 씨를 먹어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행정수도건설 프로젝트는 정말 안 좋은 시기에 제기됐다.

무슨 돈으로 이 엄청난 역사를 진행할 것인가? 주먹구구식으로 나온 재정부담 11조원은 아무도 믿지 못할 숫자이다. 고속전철의 경우 시작할 때는 4조원이라고 했지만 끝나고 나서 집계는 20조원이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행정수도 이전프로젝트를 시작부터 하고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또한 수도이전에 따른 비용부담도 문제다. 국세부담은 전 국민이 골고루 하는데 그 효과는 주로 충청권에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면에서 불평등적 요소가 상당하다.

국민투표가 안된다면 여론조사라도 화끈하게(?) 하자. 노무현후보와 정몽준후보간의 후보단일화에도 이 방법을 사용되지 않았는가. 복수의 기관에 의한 여론조사를 통해 수도이전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00여조원 짜리 프로젝트의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조사이니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조사대상의 숫자와 폭을 대폭 확대하면 국민투표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역사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보다 철저한 논의와 만장일치에 가까운 사전적 합의절차가 필요하다. 만일 이 절차가 생략된다면 혹시라도 미래에 재정문제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지역간 갈등이 초래되면서 프로젝트자체의 완성여부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명지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바른생활을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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