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비전문가들이 뒤흔드는 경제

[시평]비전문가들이 뒤흔드는 경제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4.07.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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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비전문가들이 뒤흔드는 경제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통계치를 보면 우리경제는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굳이 이런 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택시를 타보면 기사들이 거의 분노에 가까운 목소리로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한다. 한 달에 80만원도 못 가져간다는 기사가 많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고 식당, 학원, 백화점등 서비스업종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는 남성복 한 벌을 3만원에 팔아 화제가 되었다. 재고로 갖고 있느니 팔아치우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바닥 정서가 감지되었는지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건설경기를 부추길 수 있는 방안, 재정지출 확대, 중소기업대책 등이 그것이다. 경기가 나쁘지 않다거나 부양책은 필요 없다던 종전의 자세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경제문제와 관련,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상승국면이든 하강국면이든 경기를 미조정(微調整)해나가면서 큰 충격을 미리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현정부는 초기부터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부양책은 쓰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경제문제는 아예 손을 놓겠다는 말인가.

국내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재건축 등으로 집값이 올라가자 정부는 강도 높은 정책대응으로 부동산 경기를 죽여놓았다. 양도세 중과, 재산세 중과, 자금출처조사, 개발이익환수, 용적율 인하 등 융단폭격을 받고도 죽지않을 경기가 있을까. 집값이 올라가는 근본적 원인은 생각치 않고 거래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면 당장은 비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집값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정책당국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때만 조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융단폭격으로 시장을 죽여놓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대응을 잘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 근처에 있는 비전문가들이 너무 자기 주장을 자주 내세우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의 모 위원회 위원장은 경제학 박사이긴 하지만 분배와 복지를 전공한 분이다. 복지문제 전문가는 거시경제의 추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학자로서의 도리다. 그런데 그는 기회만 있으면 "우리경제는 절대 침체가 아니다"는 등의 발언을 한다. 따라서 부양책은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이 전공인 또 다른 위원장은 "수도이전을 하더라도 서울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수도이전이 지방분권에 미칠 영향이라면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의 집값은 수도이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런 변수는 집값을 오래 동안 연구한 사람들이 분석하는 것이지 지방분권 전문가가 예언한대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비전문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경제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NSC의 책임자는 원래 북한문제를 전공한 분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대미외교는 물론 중동문제까지 간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문제에 정통하면 중동문제의 해법도 보이는 것일까. 하기야 통일부 장관도 과거 기자로서 '통일부를 출입했던' 분이 맡았다.

이쯤 되면 전문성이란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럽다. 경제문제에 관해 해당부서에서 정책건의를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대통령 가까이에 있는 분들의 심기를 거스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돌아온 해결사'로 까지 추앙되었던 경제부총리의 목소리가 최근 잘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비전문가들의 득세때문이 아닌가 걱정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근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는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자서전(My Life)이 좋은 교훈을 준다고 본다. 법률가였던 클린턴은 미국경제를 되살려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의 전문가들을 대통령 주변에 포진시키고 대통령은 그들과 충분히 토의하되 결론은 자신이 낸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드시 최고의 전문가들을 옆에 두어야 한다. 클린턴의 참모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사안에 대해 불쑥불쑥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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