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등생-대학생의 권투시합
"마치 초등학생과 대학생과의 권투 시합 같았다."
최근 대한투자증권의 KT&G 지분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에 참가했던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생은 국내 증권사, 대학생은 외국계 증권사를 빚댄 말이다.
권투 시합의 결과는 뻔했다. 화려한 동작과 망치같은 주먹을 휘두르는 대학생의 1회 KO승 같았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메릴린치증권이 국내 증권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총액인수 조건을 내걸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뿐만 아니라 올들어 이뤄진 대형 빅딜의 주간사는 대부분 외국계가 차지했다. 예금보험공사의 하나은행 지분 매각(1조700억원)은 대우증권이 국내 매각분을 주간하긴 했지만 대부분 물량은 UBS증권이, 신한은행의 신한지주 지분 매각(6300억원)은 모간스탠리증권이 차지했다.
대투증권의 KT&G 지분 매각 수수료는 대략 36억원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1조원 미만인 국내 증권사의 자본금 규모로는 메릴린치증권과 같은 과감한 총액인수 조건을 제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자본금이 적다는 문제도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보다 딜을 다루는 실력도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권사의 IB담당 임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려면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국내 빅딜에는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수료를 확보하겠다는 게 아니라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였다.
우리나라 축구가 이제 세계 16강에 들지 못하면 크게 실망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에 공정한 게임조차 기대할 수 없는게 금융시장의 최첨단인 IB분야의 현주소다.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특설 링이나 특별한 룰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업계의 제안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