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경제부총리로 사는 법

[시평] 경제부총리로 사는 법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4.08.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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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경제부총리로 사는 법

우리나라에서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총괄한다. 각 부처의 정책 상충을 막고 거시경제의 비전도 제시한다.

과거 경제부총리는 위상이 대단했다. 예산권과 공정위, 금감위의 기능까지 가졌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부총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부총리가 한마디 하면 이른바 386세력(의원, 비서관 등)들이 융단 폭격을 하는 사태가 자주 벌어진다. 개혁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나 시달렸던지 부총리는 "386세대는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시장 경제를 잘 모른다"고 항변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 말을 "부총리 해먹기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혹은 "그만 두라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정책의 방향이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첫째, 정책 당국은 누구 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가. 기업인, 상인, 월급쟁이, 택시기사 등 모두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왜 확실한 경기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것일까.

경기를 부양하면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니 부자들도 괴롭다고 할 때까지 가보자는 것일까. 5% 성장하는 경제를 놓고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권을 흔들자고 하는 것이니 무시하자는 것인가.

둘째,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모두 경제 전문가가 되는가. 변호사 출신 의원도, 교육자 출신 의원도, 노조 출신 의원도 모두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하는데 이런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예컨대 일부 의원들은 대기업의 총액출자한도 제한의 완화는 반개혁적이라 절대 안된다고 한다. 우리 기업의 내부 구조를 잘 모르는 분들이 어떤 기준으로 개혁, 반개혁을 가르는지 궁금하다.

셋째, 건설 경기는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건설 경기가 과열돼서 거품 우려가 있으니 규제를 강화해 열기를 식히겠다는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런데 지난 2001∼2003년 사이에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투기 열풍이 불 때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강남 아파트 값이 평당 3000만∼4000만원까지 치솟을 때 무슨 생각을 했었나. 고위직의 상당수가 강남에 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내 집값이 오르는 것은 거품이 아니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제 건설 경기가 너무 위축되니 "수도를 이전하면 살아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수도 이전에 건설 경기까지 고려하는 줄은 몰랐다. 부총리는 한 술 더 떠 골프장 250개를 한꺼번에 건설해 고용도 창출하고 건설 경기도 살리겠다고 한다. 넷째, 왜 사람들이 소비를 안하는지 정말 모르는 것일까.

부총리는 "부자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소득 계층과 모든 연령층에서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 돈이 없는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만약 대선이 있다고 가정하자. A 후보는 "반드시 경제를 살려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B후보는 "반드시 친일파를 찾아내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누가 당선될 것인가.

부총리에게 물어보면 사석에서는 "A후보"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러나 공석에서는 "B후보의 공약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할 것 같다. 한국에서 부총리로 살아가자면 그렇게 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총리가 그렇게 처신하면 개혁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은 떨어진다. 환자에게 제 때 약을 먹이지 않으면 중병에 걸리는 것과 같다. 우리도 일본이나 멕시코 처럼 10년쯤 고생을 해야 경제가 중요하다는걸 알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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