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시대의 '원본 흔들기'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는 언제든 있어왔다. 유명한 미술작품이 위작 소동에 휘말리고 논문이 표절되는 일들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복제는 위협의 강도가 사뭇 다르다. 미술품 위조와 비교하더라도 하늘과 땅 차이다.
미술품을 감쪽같이 위조하려면 적어도 작가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물감의 두께, 붓터치의 특징 등 작가의 그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따라야 한다. 합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복제는 너무 쉽고 빠르다. 짧은 시간에 대량의 복제가 가능한데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복제된 저작물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네트워크를 타고 퍼진다. 게다가 무료이고 원본과 똑같다. 또 미술품 위작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복제된 디지털 콘텐츠는 원본의 가치를 오히려 무력화시킨다.
'디지털'과 거리를 두고 살지 못하게 된 시대에 디지털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게임, 사무용 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비롯해 음악파일, 동영상 파일 등의 불법 복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 수년이 지났지만 적절한 대응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벅스뮤직과 음반업계는 지적재산권의 가격 산정에 대해 여전히 옥신각신하고 있다. 게임 서버를 통째로 복제하거나 음악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복제 전송하는 불법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본보기'식 처벌 이외에 복제를 근본 차단할 수 있는 방법 찾기는 힘들다.
여기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디지털 복제'가 무조건 나쁜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중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복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에 지금의 지위와 영향력을 얻을 수 있기도 했다.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보호'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들 한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이유는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를 보다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더 많이 향유하도록 하는 동시에 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다. 사용자와 저작권자가 양날의 칼에 베이지 않으려면 상생의 타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