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금융계 다시 '관치망령'속으로

[현장클릭]금융계 다시 '관치망령'속으로

진상현 기자
2004.08.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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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금융계 다시 '관치망령'속으로

요즘 금융권을 보면 '불난 호떡집' 같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말한마디에 '일희일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는 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7일에는 이헌재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은행권이 크게 고무됐습니다. 이헌재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문제에 대해 "기왕이면 발표한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의 논의가 있는 만큼 금감위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예정대로'라는 데 분명히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은행권 인사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는데 기사가 나왔느냐?"고 묻는 등 진의를 확인하느라 바빴습니다. 이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습니다. 은행권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게 됐던 계기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검토' 발언이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은행연합회는 방카 문제와 관련, "보험사들의 '이전투구'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전략이었고 그 배경에는 '정작 법안을 만드는 재경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보험업계의 반응이 이날 은행권과 유사했습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보험업계 CEO들과의 상견례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보험업계로서는 이날 이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금감위의 검토를 거친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원칙론을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서도 금감원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김 행장이나 국민은행 모두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25일 황인태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의 발표 때까지만 해도 '경징계'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26일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이 "김 행장의 연임불가는 200% 맞는 결정"이라며 '확인사살'을 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습니다.

감독, 징계, 정책 입안권 등을 가진 정부 당국자의 말에 금융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왜 이리 안쓰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기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금융계 한 관계의 말이 생각납니다. "역시 우리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에 밉보여서는 살기 힘들어. 우리에겐 시장은 너무도 멀리있어" 2004년 늦여름. 금융계는 여전히 '관치'의 망령 속에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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