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일본 증시를 보라"

[오늘의 포인트]"일본 증시를 보라"

권성희 기자
2004.09.21 11:46

[오늘의 포인트]"일본 증시를 보라"

8월 이후 한달반동안 증시를 강하게 끌어왔던 수급 요인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추가 상승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8, 9월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왔던 외국인들이 지난주 수요일(15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섰고 외국인 매수가 주춤할 때 시장을 떠받쳤던 프로그램 매수도 매수차익잔고가 7154억원으로 높아져 매도차익잔고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긍정적인 수급 요인이 해소됨에 따라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는 의견들이 많다. 8, 9월의 랠리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켜봐야할 변수들이 많으며 10월은 이런 변수들을 점검하는 날이 될 것이란 의견들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점검해야 할 변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일본 증시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최근 한국과 대만 증시의 상승은 일본 증시와의 수익률 갭을 메우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한국과 대만 증시의 이번 랠리도 기술적인 반등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이 일본 증시를 아시아 증시의 향후 움직임을 결정짓는 방향타로 보는 이유는 3가지 때문이다. 첫째, 외국인들이 아시아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중국의 급성장세 때문인데 중국 증시가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불과해 투자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미국 증시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인데 미국을 팔고 0.3%짜리 중국을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본은 비중이 10%이기 때문에 미국을 대신한 대안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아시아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중 70%가 일본에 투자됐다.

둘째는 CLSA증권의 유명한 아시아 전문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우드도 최근 지적했듯 투자자들이 이제는 아시아를 일본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로 분류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MSCI나 FTSE 등의 벤치마크는 아직도 일본과 일본 제외 아시아를 나누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시아의 급부상 속에서 일본을 아시아의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의 향방이 아시아 투자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셋째는 일본이 중국 경기 호황의 최대 수혜국이란 점이다. 일본 경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살아나게 된 것도 고가제품의 중국 수출이 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소비가 함께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4월 급락 뒤 일본은 반등했지만 한국과 대만 증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현재 일본 증시는 쉬면서 관망하는 중이고 그간 일본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했던 한국과 대만은 일본을 따라잡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본 경기도 내년에는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관건은 어느 정도 꺾일 것인가 하는 점과 기업들의 실적은 어떨 것이냐 하는 점"이라며 "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10월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즉, "현재 일본 증시는 삼각형으로 수렴 중인데 10월에 아래로 내려갈 것인지 위로 방향을 틀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890 정도가 돼야 일본 증시와의 수익률 갭이 완전히 메워진다며 현재 시점에서 지수 자체는 좀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일본 증시가 10월에 위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기 시작한다면 국내에도 큰 장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시작된다. 김영민 동원투신 펀드매니저는 "현재로서는 증시에 대해 중립적"이라며 "증시를 끌어올린 수급 요인이 해소되는 상황에서 10월에 기업들의 실적이 어떠냐에 따라 시장이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펀드매니저는 "기업들이 올 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해서 자신감을 보여줘야 이번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광조 메리츠투자자문 운용이사도 "지금 증시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라며 "실적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더 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1996년 4월에도 증시가 약 한달반 가량 올랐는데 전형적인 약세장 속의 유동성 장세였다"며 "세계 경제나 기업 실적 전망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 랠리도 약세장 속 유동성 랠리일 뿐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차 이사는 세계 경기 하락세, 원화 강세와 세계 경기 하강으로 인한 수출 모멘텀 둔화, 국내 성장 전망 하향 추세, 기업들의 분기별 실적 감소세 등으로 인해 랠리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차 이사는 "720일 때와 현 지수대에서 거시 경제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정부의 부양 의지 뿐"이라며 "그러나 부양 의지만으로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도 다가오고 있어 증시는 주후반으로 갈수록 정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시간 21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의 금리 결정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수급만으로 오르기엔 힘이 부족하고 새로운 상승 촉매가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행동을 멈추고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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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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