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비관적 미망 못 벗으면 비극"
"비관적 미망(迷妄)에서 빨리 깨어나지 않으면 비극적 결과를 보게 될 것."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종합주가지수가 1000 간다고 하면 대부분은 '언제나 낙관론자'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거시 경제가 하강세라는 현 상황에서 주가의 이례적인 초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이 주장해왔던 한국 증시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에 동조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증권사 증시 전문가들에게 미국 증시가 1980년대, 멕시코 증시가 1990년대 십수년 장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던 때의 자료를 요구하며 은근히 대세 상승의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증시를 지켜봤던 투자자문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 여건이 바뀌고 있다며 큰 장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연기금과 종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가들도 장기적 매도 우위에서 벗어나는 듯한 징조다.
물론 국내 기관이 사면 상투, 낙관론이 승하면 상투라는 오랜 증시 격언이 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하강세라는 큰 틀에서 국내 증시의 과거와 다른 강세를 점검하기 위해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히는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리서치헤드)의 의견을 전한다.
-지난 10거래일간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이다 오늘(4일) 다시 적극적인 순매수로 바뀌었다. 이유는 뭔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외국인들이 일시적으로 순매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매수하는 쪽이다.
-외국인들은 이미 국내 주식을 많이 사왔다 그럼에도 순매수 추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와 LCD, 철강 등 많은 산업에서 국내 기업은 전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이렇게 높은데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국제자금이 달러화 자산에서 비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수년간 달러화는 크게 약세도, 크게 강세도 아니었다. 일정 수준에 머물며 안정세를 보여왔다. 달러화 약세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는 주요 이유는 아니다. 세계 주요 펀드들은 어느 시장이, 어느 종목이 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는지 파악해서 사는 것일 뿐이다. 주식에는 철저하게 종목별로 접근한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에 비해서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우량주의 유통물량이 소진되고 있어 증시가 민감하게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오랫동안 제시해왔다.
=대형주의 유통물량은 거의 고갈됐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사도 국내 투자자들이 팔고 유통물량도 어느 정도 여력이 있어 민감하게 오르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유통물량 축소 효과가 현실화될 것이다. 외국인이 조금만 사도 급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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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도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기관도 최근 주식을 사기 시작했고 개인들도 적립식 펀드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특별히 팔만한 매도 주체가 없이 모두 사고자 하는 상황이다. 연내에 증시는 1000에 근접하든지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인데 증시 상승세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내수 경기는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계류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 설비투자도 살아나는 조짐이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고용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소비도 수개월내에 안정될 것이다. 수출은 둔화 우려가 많았지만 9월 지표에서 나타났듯이 여전히 견조하다. 수출이 견조하고 내수와 설비투자가 살아나기 시작한다면 거시 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현재 지수 수준 860~870은 과거 역사적인 밴드에서 보면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도 사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증시는 과거와 다르다. 수급과 경제적인 요인과 밸류에이션과 지배구조나 투명성 같은 기업의 질 측면에서 모두가 다 너무 좋아 증시 상승 쪽을 향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사도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하거나 경제지표가 좋아도 주식 공급량이 너무 많아 증시에 부담을 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여건이 증시에 긍정적이다. 조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장을 단기적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비관적인 오류에서 빨리 눈을 뜨는 것만이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20~30% 오르고 그칠 장이 아니라고 본다.
추석 연휴 직전 증시가 860에서 꺾이는 조짐을 보이자 많은 증시 전문가들, 낙관적인 전문가들조차 800 정도까지의 조정은 예상하고 있다며 120일선이 걸쳐 있는 800 부근으로 떨어지면 매수하라고 권고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장이 너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권 기자도 지수가 800 부근으로 내려가면 적립식 투자를 늘리라"고 권고까지 해줬다.
많은 사람들이 조정을 기다렸다.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상승세에 갈증만 더 느끼고 있던 차에 조정이 있으면 주식 비중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오늘의 초강세가 상투일 수도 있지만 전고점을 뚫은 만큼 추세적 상승세의 의미가 강화되는 것이라면 대기하고 있던 매수세는 또 한번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증시가 과거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이러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현 지수대에서는 선뜻 매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 초강세 속에서도 국내 기관들의 매수 참여는 본격화되는 느낌이고 외국인들도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은 조정이 없더라도, 지금이라도 사야하는 것은 아닐까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