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갈등하는 주식 매니저
"징그러울 정도다." 한 기관 투자가는 최근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횡보하면서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두고 매매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중반부터 801에서 장중 저점을 찍고 강세 반전, 830~840대까지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은 이 오름세를 믿고 매수해야할지, 신중론을 견지하며 반등을 매도 기회로 삼아야할지 마음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2일 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가며 840을 회복했지만 프로그램 매수만으로 상승하고 있어 지속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도 단기적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신중론을 견지하는 쪽과 800대에서의 지지력 시험에 성공했으며 이번주 들어 증시 강세는 지수가 상승세로 반전했음을 의미한다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투신사 주식운용팀장은 "불확실성이 강한 시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시장이 약세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대형주가 오르기 힘든 상황이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다"며 "배당주와 홈쇼핑주, 코스닥시장의 낙폭 과대 종목으로 교차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금리 인상은 서서히 악재로써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업종별로 보면 중국 긴축으로 철강의 타격이 예상되고 원화 강세로 수출도 힘들 것으로 보이며 IT는 내년 2분기까지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주도주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원화 강세 수혜주인 항공주,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이 현재 증시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이 팀장은 밝혔다. 이 팀장은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790 정도에서는 지지될 것으로 보지만 현재 830~840 지수대에서는 아래쪽으로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신중하게 바라보긴 하지만 주가 하락을 기회로 활용하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주가가 빠질 때 못 샀던 종목을 사기 위해 대비하라"는 의견.
한 투자자문사 주식운용 담당 임원은 "지수 자체는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이라며 "현재 장세에서 누구든 앞서 나가 과감하게 매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팔고 있지 않고 프로그램도 증시에 우호적인 상황이라 많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많이 오르기도 어렵다"며 "800~850 박스권만 지켜준다면 수익률 게임이 진행되며 운용하기는 오히려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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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원은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주는 당분간 좋지 않고 내수주가 당분간 더 나을 것"이라며 "내수주 주가 자체는 내수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수 회복이 너무 더딘데다 IT주는 내년 1분기가 돼봐야 알 수 있어 지수 자체가 강하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증시 큰 틀이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지수가 올라가면 주식 편입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자문사 주식운용 담당자 역시 "단기적으로는 원화 절상 등 악재가 많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시도 등락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며 "증시가 밑으로도 아래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아 기관들은 박스권 매매에 치중해 있다"고 전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특히 800이 깨지면 주식을 사려는 대기 매수세가 많지만 거시 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조금만 오르면 주식을 팔아 현금 비중을 늘린다는 것.
이 담당자는 "이런 박스권 매매가 잘하면 좋겠지만 최근 네달 사이에 주가가 700~900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주가 반전 시기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점 매수, 고점 매도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고점이 쭉 낮아지면서 하락하는 전형적인 약세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강세장도 아니기 때문에 "장세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 담당자는 밝혔다. 따라서 "과거에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중장기 모멘텀과 기업 내재가치에만 집중해 투자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장세를 예측하려 노력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시가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것 같다는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식시장에 가장 중요한게 집단 심리인데 지금 현물 투자자들은 사지도 팔지도 않고 관망하고 있다. 큰 결정을 내리기 모호하기 때문이다. 선물 투자자들은 지수가 하락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신규 매수 포지션을 설정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매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본다. 대선 결과에 따라 증시가 다시 조정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 굳이 부정적으로 볼만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다."
거시 경제 환경은 부정적이지만 주가는 그에 비해선 의외로 강하다. 내년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짙어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주식 매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는 것,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다.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주식 투자를 잘 하려고 거시를 분석하는지, 주식의 움직임을 해석하기 위해서 뒤늦게 자신의 논리를 만드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말고 시장 움직임을 받아들이는게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한국 증시 홀로서기 아직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