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올라도 불안..경기가 문제

[오늘의 포인트]올라도 불안..경기가 문제

권성희 기자
2004.11.05 11:52

[오늘의 포인트]올라도 불안..경기가 문제

프로그램 매수가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외국인과 개인이 팔고 있고 기관도 증권과 은행에서는 매물이 나오고 있어 상승 탄력은 줄어들고 있다. 860을 넘어섰지만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860을 하회하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60 안착이 향후 지수 방향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860은 9월20일과 10월19일의 고점이자 6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물대도 가장 많은 구간으로 860에 안착할 경우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강 연구위원은 860 안착의 요건으로 오늘(5일) 증시 강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유가 하락과 미국 증시의 상승을 꼽았다.

증시는 전날 급락의 충격을 극복하고 반등 무드를 이어가고 있지만 860에서 저항은 심해 보인다. 또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의 오름세 자체를 크게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잘해봤자 단기적으로는 박스권 등락이라는 의견이다. 김현태 우리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증시가 오르고는 있지만 주도주도 없고 뚜렷한 매수 주체도 없어 질적으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이 많이 작용하는 상황이라 위험 요인이 크다는 의견이다. 다만 연말로 다가갈수록 배당 수요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 종목의 배당수익률이 2.5%를 넘는 것으로 추산돼 배당 투자 매력도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펀더멘털은 더 나빠졌다고 하는데 시장이 저점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 판단이 어렵다"며 "펀더멘털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저점을 높이고 있는 것은 주식 수급에서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적립식 펀드를 통한 개인의 장기 자금, 연기금 매수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기금은 오늘 400억원 가량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은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소폭 순매도를 보이다 10월 28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 오늘까지 7일 연속 주식을 사고 있다.

최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지만 기업이 여기에 대비해와 실적 쇼크가 없었던 상황에서 수급 부족으로 인해 증시가 저점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 강세는 프로그램 매수 때문에 하락에도 취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자 "주식을 크게 줄일만한 주체가 없어 아주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를 좋게 볼래야 좋게 볼만한 이유가 없다는 비관론도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가려면 경기가 돌아서거나 기업 실적이 좋아지거나 수급이 개선되거나 세개 중의 하나는 돼야 하는데 어떤 것 하나도 긍정적이기 않다"고 말했다. 일단 글로벌 경기는 하강하고 있는 상황이고 기업 실적도 일부 내년에 증가하는 업종이 있긴 하지만 IT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급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 역시 주장일 뿐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전세계 펀드에 자금이 크게 들어오지 않고 있고 국내 자금도 배당펀드와 적립식펀드에 조금 들어올 뿐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이 들어올 기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720에서 반등했다가 꺾인 뒤 다시 오르면서 N자형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과거 약세장에서 N자형으로 반등했다 밑으로 꺾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고점이고 기업 실적이 고점일 때 주가도 상투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지금 반등이 주식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견조한 편인데 이는 경기는 고점에서 꺾이기 시작했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르지 않고 폭도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지수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횡보 정도의 기간 조정을 거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이미 국내 내수가 회복을 시작했고 선진국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경기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단축돼 조만간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급 역시 기업(자사주+기업연금), 개인(적립식 펀드), 정부(국민연금 등)에서 주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투신사 주식운용 임원은 "증시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실 국내 기업의 체질이나 수급은 상당히 좋은데 글로벌 경기가 꺾이고 있어 글로벌 경기 하강 속에서도 국내 증시만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글로벌 경기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확신만 얻을 수 있다면 증시는 강하게 치고 올라가겠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히 경기가 조만간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이 오르면 불안하고 좀 떨어지면 오히려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데 역시 수급만으론 한계가 있지"라며 다소 더 편안해 보인다. 좀 떨어지면 싸다며 마음 편하게 매수하고 오르면 "경기 때문에 더 오르기 어렵겠지"라며 매도하는 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투자 대상 중에 주식이 그나마 제일 버블이 없고 밸류에이션도 가장 낮다는 점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주식이란 쌀 때 사는 것"이라며 "지금은 사고 싶은 주식이 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좋게 보지는 않지만 떨어지면 사려고 항상 매수를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는 예측할 수 없고 지수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비싸지 않다면, 다른 투자 대안도 뚜렷치 않다면 매수 관점에서 증시에 접근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주가가 떨어질 때의 하락 리스크도 무섭지만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갖지 못해 상승에 동참하지 못하는 상승 리스크도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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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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