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종목만 보거나 멀리 보거나

[오늘의 포인트]종목만 보거나 멀리 보거나

권성희 기자
2004.11.08 12:08

[오늘의 포인트]종목만 보거나 멀리 보거나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세와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유발된 프로그램 매도세가 시장 부담을 가중시키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어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시장이 흔들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지난주 5일 연속 매수를 보이다 오늘(8일) 대거 매도에 나서며 프로그램 매물을 출회시키고 있다. 이번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국내 금융통화위원회, 옵션만기일 등의 빅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짙어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일단 차익을 실현하자는 입장인 듯하다.

그나마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는 소폭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한국의 거시 전반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일단은 위안 삼을 수 있다. 프로그램 매도에 투신과 은행 등 기관의 매도세가 가세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850 지지력을 시험 중이다. 이번주는 현물시장에서 주요 매매주체들이 모두 관망세로 일관하며 몸을 사리고 있는 가운데 옵션만기일(11일)을 앞두고 변동성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양봉진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 차장은 "지난주 콘탱고일 때 유입됐던 선물 매수세가 베이시스가 보합 수준으로 내려오자 차익 실현을 하면서 선물 매도세로 바뀌었다"며 "지난주 콘탱고 폭이 크지 않았고 매수세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 차장은 다만 "베이시스가 급격히 악화돼 인덱스펀드들이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등 수급 구조가 추가로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프로그램 매도를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물시장에서 수급구조가 워낙 허약해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종합지수는 크게 출렁거릴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고영훈 교보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외국인이 선물 매수했던 것 중 일부를 이익 실현하면서 선물 매도가 나오고 있다"며 "지난주말 미국 시장을 봐서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 같았지만 달러화 약세가 시장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수가 이 정도 수준이면 꺾일 것이라고 보던 쪽과 미국의 S&P500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더 갈 수 있다고 보던 쪽이 맞서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더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이날 하락을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해석했다. 손 상무는 "원화 강세주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내고 있는데 환율 우려감이 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IT, 자동차, 조선 등으로 대부분 수출기업들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상무는 현물시장 거래량이 워낙 줄어든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재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 재료에 대한 해석들은 각각이다. 유가가 오를 때도 "유가 상승은 중국 수요 급증 때문"이라며 유가 상승을 장기적인 호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달러화 약세 역시 수출주에 악재라는 견해가 많으나 내수 부양에 긍정적이고 달러화 자산에서 비달러화 자산으로 국제 자금의 이동을 촉진할 것이란 점에서 호재라는 의견도 있다.

유가, 환율, 미국 경제, 중국 경제, 내수 등 어느 때보다도 챙겨봐야할 변수들이 많은 가운데 시장은 그 때 그 때마다 '제 눈에 안경식'으로 변수들을 해석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근 1~2주간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 매매라는 사실이며 현물 투자자들은 관망만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변수들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의견 일치를 보기가 어려워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JP모간과 미래에셋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식형 펀드 중 이머징마켓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형 펀드 가운데 이머징마켓 펀드의 자금 유입 규모가 10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대만을 비롯해 남아시아 전반에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지난해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미국 달러화 자산에서 비달러화 자산으로 국제 자금 이동, 그리고 중국의 성장 스토리라는 큰 흐름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나 이머징마켓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지난 1년간 아시아에 유입된 국제 자금 대부분이 연말에서 연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단기 시황, 특히 현물시장이 흐름을 잡지 못해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일일 시황을 좌우하는 상황에서의 단기 시황은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중기적인 관점을 세우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스토리가 국제 자금의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저금리 기조하에서 국내 자금은 어느 쪽으로 흘러갈 것인지, 부동산과 채권, 주식 중 어떤 자산이 가장 버블이 적은지, 글로벌 경기의 하강이 일시적 조정인지, 추세적 하락인지에 대한 판단으로 중기적으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어 보인다.

시황 전문가나 주식 매니저들이나 단기적으로는 종합주가지수가 780 혹은 800에서 870 혹은 900까지의 큰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등락 사이에서 저점 매수-고점 매도가 쉬워 보이지만 어느 때보다도 시장이 빨리 움직여 단기 저점과 고점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예 지수를 무시하고 철저히 종목으로 승부를 보든(추세적으로 쭉 미끄러지는 장이 아니기 때문에 종목별 수익률 게임으로 승산이 있다는 펀드매니저들이 적지 않다) 철저히 단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중기적으로 접근하든 둘 중의 하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