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인, 언제 매수로 돌아설까
미국 증시 강세와 급락에 따른 반발로 증시는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정도면 지지될까'란 심정으로 지지선을 탐색하는 수준. 전날(22일) 시장을 끌어내렸던 프로그램 매도는 좀 잦아들었지만 외국인의 매도 우위는 계속되고 있다. 개인이 방어적인 수준에서 매물을 받아주는 정도.
기술적으로는 오늘(23일)은 20일선(855) 회복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하락이 있다면 다음 지지선으로는 60일선(846)이 지목되고 있다. 오늘, 내일 840~850선이 지지된다면 저점의 상향 추세가 유지될 것이란 믿음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전날의 미국 증시 강세가 기술적 자율 반등 수준이라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고 조정의 폭을 예상하기도 어렵지만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심리는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달러화 약세. 이에 대해선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란 의견이 많다. 급변동시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겠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이란 의견이다. 윤용철 리먼 브러더스 상무는 "통상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때는 증시도 오르는 경향이 많다"며 "통화 가치란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십수년간 미국 정부가 강한 달러화 정책을 펼치며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을 때 미국 증시가 장기 랠리를 누렸던 것도 같은 이치다.
'바이 코리아'는 당분간 기대난
달러화 약세는 비달러화 자산의 매력도를 높여 이머징마켓으로 국제 자금 유입도 촉진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근들어 한국 관련 국제 펀드에는 대규모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은 11월말 MSCI 지수내 비중 확대 때문에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던 대만 주식까지 전날은 19일만에 순매도했다.
윤 상무는 이에대해 "달러화 약세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증시, 특히 대표적인 수출주인 전기전자(IT) 비중이 높은 증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우려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출주 중심으로 트레이딩(단기 매매) 차원에서 좀 파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 그러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장기 투자하는 대부분의 뮤추얼펀드들은 환율 변화에 대해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화 강세로 인한 개별 기업별 실적 영향이 다를 뿐더러 원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별로 국제 경쟁력이 있느냐 여부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로 돌아설까. 이에대해선 '글쎄올시다'란 의견이 많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는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끝났음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 우위를 계속하는데 대해 "IT산업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데다 한국이 단기적으로 매력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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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 관련 국제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됨에도 국내 증시로 신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미미한 점에 대해서는 "MSCI 지수내 대만 비중 확대로 인해 돈이 들어오면 일단은 대만 주식을 사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달러화가 약세일 때는 내수 시장이 튼튼한 증시를 선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서울지점 대표는 "LCD와 휴대폰, D램 등 삼성전자 주력 제품 가격이 예상 이상으로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여전히 IT 전망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끝났다 해도 당장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삼성카드 증자 문제가 가시화된다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추가 매도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특히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이 조금씩 사들여왔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대형주 업황에 대한 확신이 생겨 이들 종목을 대대적으로 매수하기 전까지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을 들여 살만한 주식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최근 출장에서 돌아온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는 "거시 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으며 개별 종목별로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고 있었다"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도 종목별로 투자할만한 기업이 많다고 판단,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매수할만큼 시가총액이 크면서 전망도 확실하고 싼 기업은 없어 당분간은 외국인의 종목별 플레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으로 한국 증시를 매수하는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당분간 기대난이라는 결론.
확신은 없지만 기대는 높다
이날 증시는 개인의 방어적 매수 우위 가운데 베이시스 변화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 규모의 확대와 축소에 따라 지수가 변하고 있다. 베이시스 개선으로 프로그램 매도가 줄면 상승폭이 좀 확대되는 모습. 베이시스가 악화되면 프로그램 매물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심리가 그리 나쁘지 않아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등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도 계속 증시를 조심스럽게 봤던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지수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버티는데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기 펀더멘털은 여전히 나쁘지만 증시가 예상보다 강하니까 시장이 내년 경기 회복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믿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심리 개선이 다시 시장을 떠받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은 없어 환율과 같은 악재가 나오면 증시는 매우 취약하게 급락하는 모습이다. 경기 사이클이 짧아져 내년에 경기 회복으로 장이 좋을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을 가지긴 어렵다. 투자자들도 기대가 높을 뿐 확신이 없기에 증시는 박스권내에서 소강 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증시가 좋을 것이란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확신을 주는 신호는 아직 없다. IT 경기에 대해서도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의견과 멀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생각일 뿐 확고한 믿음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며 개별 종목 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고점에서 조정 받은 후 지지선 탐색에 대한 과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판단대로 투자할 기업이 많다면 거시 경제의 확고한 회복 신호가 없어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 해도 버틸만한 힘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떨어지지 않고 버텨준다면 언젠가는 오른다. 여전히 조정 때 분할 매수 관점이 유효한 이유는 당장의 상승 여력이 커보여서가 아니라 시장의 버티는 힘이 강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