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청와대 낙하산 타고 내려온 '386'
요즘 광화문에 있는 여신전문금융협회는 예전의 평온했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30여명이 근무하는 작은 조직으로 화기애애했던 사무실 여기저기에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성명서가 붙어 있고,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평온하기만 했던 여신금융협회가 이렇게 된 것은 9일로 예정돼 있는 이사회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임모씨(40세)가 실무를 총괄하는 상무이사로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입니다.
이에 대응, 협회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당사자가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출근저지, 사무실 점거농성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협회 직원들은 임씨가 과거 리스회사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경력 등을 내세워 여신금융업 전문가라고 주장하면서 상무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여신금융협회의 경우 산하 신용카드 할부 신기술금융 리스 등 4개 업권중 신용카드 비중이 가장 높고, 업권간-회원사간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의견조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연륜이 짧은 임씨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또 협회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투자기관도 아닌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 단체인데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에까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여신금융협회 직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임씨가 만 40세의 '386'으로 누구보다도 개혁을 외쳤고, 노조위원장 시절에는 낙하산 인사 반대운동을 벌였던 장본인이라는 점입니다.
협회의 한 직원은 "낙하산 인사라고 하면 대부분 50을 넘긴 나이 지긋한 분이 공직을 마감하면서 밀고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40을 갓 넘긴 젊은 사람이 얼마든지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는데도 청와대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 오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임씨가 여신금융협회 상무로 올 경우 기존의 주요 팀장들이 모두 임씨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라는 점도 당혹스럽다는 지적입니다.
경기가 어렵고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노조위원장 출신의 `386'이 구조조정이 진행중이고 그래서 상근회장도 없는 여신금융협회에 `청와대 낙하산'을 타고 임원으로 온다는 사실이 너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