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버린자식 또 버리십니까..

[현장클릭]버린자식 또 버리십니까..

박정룡 기자
2004.12.23 16:0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현장클릭]버린자식 또 버리십니까..

"버린 자식이지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데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올들어 가장 춥다는 23일 여의도에서는 LG카드 2000여명의 직원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LG그룹의 부도덕성을 규탄하고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죠.

 

집회를 벌이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과거 LG그룹이 가장 아끼던 자식에서 이제는 버린자식이 돼 부모를 향해 못할 소리를 해야하기 때문이죠. LG카드의 경우 한때는 삼성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도약, 그룹회장이 전계열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LG카드처럼만 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업입니다.

 

그러나 지금 LG카드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LG그룹에게는 떼어버리고 싶은 혹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회사가 이러니 직원들의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LG카드 직원들은 1인당 평균 5000만원이 넘는 거액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대주주들이 2003년부터 지분을 집중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살려 보겠다고 2003년 6월과 12월 우리사주 청약을 한 결과죠.

 

여기에 6000여명이 넘는 임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금을 우리사주 대출금 상환으로 모두 날리고 LG카드를 떠난 직원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아있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떠난후 고통받고 있는 직원들의 현실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LG그룹이 출자전환을 거부하는 바람에 LG카드는 생존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LG카드에서 15년 넘게 일한 한 팀장은 "LG카드와 마찬가지로 국민카드, 우리카드 역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대주주가 버리지는 않았다"며 "1년전만 해도 자랑스럽게 LG 배지를 달고 다녔던 직원들이 가지는 정신적 충격은 생각보다 휠씬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직원들은 LG그룹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열분리나 지주회사 모델 역시 대주주들이 LG카드 지분매각을 통해 종자돈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들어 LG카드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LG그룹이 LG카드 정상화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그동안 직원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생각하고, 한때 아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계열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룹 오너가 책임지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LG카드 직원들에게도 하루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