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투자자들 강남 아파트 다시 사들이는가"

[르포]"투자자들 강남 아파트 다시 사들이는가"

원종태 기자
2005.01.18 15:00

[르포]"투자자들 강남 아파트 다시 사들이는가"

"사장님 금방 치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건 꼭 잡으셔야해요, 장담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종합상가의 A중개업소 사무실. 직원 한명이 전화기를 붙잡고 투자자에게 싼 매물이 있다며 구입을 권유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솔깃해 하는지 설명은 계속됐다.

"3층이고 수리해서 새집같아요(...) 31평형이 5억8000만원이면 거저라니까요(...)1시간 내로 결정해 주셔야해요(...) 예, 꼭 하세요(...)"

투자자가 답을 주었는지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다시 수화기를 든다. 이번에는 매물을 알선해준 동료 중개업자에게 물건 선점차 거는 전화였다.

"그 물건 락(lock) 좀 걸어놔, 그래 1시간내로 계약서 쓰러간다니까" 불과 3분이 채 안되는 전화 한통으로 5억8000만원짜리 아파트 거래가 뚝딱 이뤄졌다.

투자자들이 다시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은마종합상가의 또다른 B중개업소 관계자는 "올들어 매매거래를 2건 성사시켰는데 모두 투자 목적의 구입이었다"며 "전체 단지규모에 비해 미미한 거래건수지만 투자자들이 움직여주면 거래 분위기가 금새 살아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가 투자자의 주목을 받는 배경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측은 '재건축 가능론'과 '가격 바닥론' 두가지로 해석했다.

한 중개업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상반기중 가능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구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0월 가격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당분간 더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거래 숨통이 트인 배경이다.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도 강세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재 31평형은 6억1000만원, 34평형은 7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격 저점보다 6000만원정도 올랐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권 투자형 아파트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개포주공1단지도 올초 투자자들이 한차례 지나갔다. 이 아파트는 3억∼5억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고 재건축 호재가 뒷받침돼 투자자에게 늘 관심대상이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개발이익환수제 처리가 지연되고 올초 이헌재 부총리가 재건축 규제 완화 발언을 한 뒤부터 반짝열기를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 주상가내 C공인 관계자는 "1∼2주전부터 투자목적의 매수세가 급작스럽게 붙어 5∼6건정도 거래가 성사됐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와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이 투자자들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가 매물이 일순간에 거래되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해 10월 최저점 가격이 6억2000만원이었던 17평형은 현재 7억2000만원으로 1억원이나 올랐다. 15평형(5억2000만원)과 13평형(4억3000만원)도 석달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5000만원정도 뛰었다.

또다른 D공인 관계자는 "이같은 가격은 호가가 아닌 실제 거래가"라며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13평형은 현재 4억3000만원인데 이보다 1000만원만 싸게 내놓으면 당장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선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붙자 매도자들은 매물을 회수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추세다.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 탓이다.

반면 투자목적이 아닌 대형평형이나 고가아파트는 거래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1단지에서 거래가 늘어나는 것이 강남시장 전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대치동 빅3 아파트로 불리는 개포우성과 선경, 미도아파트는 높은 선호도에도 불구, 여전히 거래가 단절된 상황.

대치동 선경상가 E공인 관계자는 "빅3 아파트에 거래 숨통이 트이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요즘같은 때 13억~14억짜리 아파트를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며 "총 1140가구인 개포우성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매매계약서를 써본 중개업소는 열손가락안에 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30평형대만 간간히 거래될 뿐 40평형대 이상 대형평형은 매수세가 아예 붙지 않는다.

재건축으로 철거가 한창인 대치동 도곡주공2차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지내상가의 F공인 관계자는 "올해초 반쪽거래로 두달만에 26평형 매매계약서를 써봤다"며 "거래가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쪽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인을 중개업소 두곳에서 나눠 소개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54평형이 로얄층으로 시세보다 1억5000만원이상 저렴한 14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워낙 고가여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요즘같은 때는 부담을 느끼는 가격"이라고 귀띔했다.

길하나를 사이에 둔 도곡주공1차 아파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입주가 1년 남짓 남아 빠른 편으로 조합원분 아파트가 2450가구나 된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개점 휴업상태다.

이달말 입주를 시작하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도 거래 숨통이 꽉 막혀있다. 아직까지 분양권인 이 아파트는 매물도 드문데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격차도 엄청나다.

동부센트레빌 인근 G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 호가 격차가 수억원씩 되는데 어떻게 거래가 이뤄지겠냐"며 "입주후에도 거래가 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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