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오르는 장, 고민할게 없다
종합지수가 1000을 넘었다. 한국의 대표지수가 세자리에서 네자리로 넘어갔는데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1000이 '마의 벽'처럼 가로막고 있었기에 넘긴 넘었으되 과연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조정이 있으면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을 사겠다던 사람 중에 좀더 기다려보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좀 싸게 들어가려고 기다렸는데 1000을 넘은 이 시점에서 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현물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물론 외국인들이 선물은 대거 순매도하지만 시황이 반영된 매매인지, 현물 투자에 따른 리스크 헤지성 매매인지 알 수는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강세장은 아직도 초입이라는 입장이다. 한 투신사 주식운용팀장은 "오르는 장이라 고민할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시장의 특징을 주도주가 없다는 것, 일부 테마주를 제외하고는 호재와 악재 등 재료에 둔감하다는 것, 개인의 자산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했다.
이 팀장은 "몇 개 종목이 주도하면서 주가가 확 올랐다면 상승에 겁먹었겠지만 대형주, 중소형주, 자산주, 증권주 등이 골고루 번갈아가면서 오르는 순환장세라 버블이나 부담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업종들의 수익률이 서로 비슷하게 맞춰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현장세의 3가지 특징
또 하나는 개인의 자산구조가 은행예금과 부동산 등에서 실물 주식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확실히 투자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수익이 나는 회사면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투자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장은 악재가 나와도 무시하고 오르고 호재가 나와도 무덤덤하다. 일부 투기적 자금이 줄기세포주, DMB 관련주 등 테마주 위주로 쏠리며 폭등하는 종목도 나왔지만 대부분은 차분한 분위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팀장은 "상당기간 이런 식으로 꾸준히 오르는 장세가 이어질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언제가 상승 막바지일 것 같으니까 매도를 준비한다거나 떨어질 때 언제쯤 들어가야겠다는 식의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알파'의 수익률이 기대되는한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투신사의 주식운용본부장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도 주가가 싼게 많고 또 주가수익비율(PER)도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형주가 주도주니, 앞으로는 대형주가 갈거라느니 하는 얘기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강세장에서는 모든 종목이 골고루 오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덜 오른 IT주만 올라도 종합지수는 1200이라는게 이 본부장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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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소 비관적이었던 한 투신사의 주식운용팀장은 "지난해말 시장을 정리하는 자료를 만들면서 관점을 바꿨다"며 "다행히 지난해말 입장을 변경하며 포트폴리오를 바꿔놓아 지금 장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번 장은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장이 아니라 리레이팅(재평가) 스토리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게다가 반도체 경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내수도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등 경기까지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 역시 "과거 역사를 보면 양봉이 6개월 연속 나타난 다음 쭉 빠지곤 했는데 물론 이번에도 조정은 있겠지만 폭이 크지 않고 장기적으로 저점이 올라가면서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4~8월 조정이 베어마켓의 시작이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라 그 때 하락은 오히려 불마켓(호황장) 가운데 조정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르는 장에서는 타이밍이 필요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스권 등락장에서야 박스권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아야 한다. 또 과거 박스권을 생각한다면 지금 지수는 고점을 벗긴 것이라 타이밍상 매수 시점이 아니다. 그러나 저점을 높여가며 박스권을 벗기는 장세라고 한다면 점진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저점을 노리지 않고 사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치 투자자의 입장
가치 투자자들로 알려진 전문가들은 물론 다소 보수적인 의견을 보이긴 한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아직도 싼 종목은 있지만 종합지수 700~800일 때보다 싼 종목이 많이 줄었다"며 "주가가 올라갔으니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가치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거꾸로 접근하고 인기가 없는 종목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인기가 없는 종목이 없다"는 지적.
최 대표는 또 "지금 장세는 다르다"라는 말이나 인식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1980년대와 지금 우리 장세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과 우리는 산업 구조가 다른데 일방적 비교는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IT 비중이 높기 때문에 IT 경기와 산업에 대한 좀더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다.
또 "다우지수가 1980년대초에서 1990년대 말까지 1000에서 1만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다우지수 편입 종목은 항상 바뀌기 때문에 다우지수 자체도 종목 투자를 했다고 봐야 한다"며 "거래소 모든 종목을 포괄하는 종합지수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결국은 "종목 선택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 최 대표는 역시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은 기업가치보다 빨리 변한다"며 "1999년에도 뮤추얼펀드 도입으로 국내 수급이 바뀐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워렌 버핏이 1980년대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렸는데 그가 가계금융자산의 변화나 기업연금 확대 등 수급을 보고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의 내재가치와 현재 주가의 차이만이 투자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버핏이 1980년대부터 코카콜라를 장기 보유한 것은 코카콜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과 세계화 전략으로 인한 안정적 성장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 등 장기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수급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의 방향성은 기업이 얼마만큼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그 가능성과 현재 주가의 차이, 안전마진이 결정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데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리고 현재는 국내의 개선된 수급이 이 저평가 상태를 해소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가치 투자자로 장기적 점진적 상승을 예상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미래 기대가치가 아니라 현재가치만으로도 아직 투자할만한 주식이 많기에 낙관적이다"라고 밝혔다.이건희 회장에게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