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장기 방향성만 고민하라

[오늘의 포인트]장기 방향성만 고민하라

권성희 기자
2005.03.17 11:17

[오늘의 포인트]장기 방향성만 고민하라

조정이 이어지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낙폭은 줄면서 안정을 찾고 있다. 종합지수는 장 중 한 때 2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972까지, 코스닥지수는 474까지 내려갔다.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비차익으로 매수가 들어오고 국내 기관들 몇몇에서 저가 매수에 들어가면서 낙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쨌든 단기 급등했다는 부담이 있지만 증시가 하필이면 이번주들어 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또 이 조정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한 시점이다.

조정의 이유를 고민할 때

일단은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가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수급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슴이 작다.' 외국인이 처음 순매도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오늘(17일)까지 11일 연속으로 매도 우위가 이어지자 국내 기관은 선물시장의 베이시스 변화에 따른 차익매매 외에는 매매를 멈추고 관망만 했다. 다만 970초반에서 국내 기관의 저가 매수가 소폭 유입되면서 낙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는 왜일까. 지난해 8월 이후 환차익까지 고려한 수익률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분위기가 불안하니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미국의 장기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많이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은행주가 하락했는데 이는 경기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증시가 올들어 좀 올랐지만 사실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소재주만 올랐지 다른 종목은 다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낙관론이 너무 고조됐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투자자 심리 조사 결과를 보면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옵션내재변동성은 최근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상승 일변도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를 활용, 돈을 빌린 뒤 원자재나 달러 이외의 통화, 이머징마켓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고 달러 이외의 통화가 어느 정도 절상됐다고 판단될 경우 원자재, 달러 이외의 통화, 이머징마켓 주식 등을 팔아 돈을 갚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조정, 970 or 900 초반?

이 대표는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중에 악재를 무시하고 올들어 전세계에서 가장 상승률이 컸던 국내 증시도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급만 믿고 국내 투자심리가 너무 낙관적이 됐던 것도 악재라고 생각하는데 종합지수 2000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1990년대말 '바이 코리아' 펀드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외부적으로는 950 정도면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900초반까지도 염두에 두고 한국전력, KT 등 방어적인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한 가치투자 펀드의 매니저도 "낙관론에 너무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매니저는 "지금 시장에서 나오는 낙관적 스토리, 즉 기업들의 레버리지(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고 국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다 맞는 얘기들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꺼번에 일어나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서서히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글로벌 변수에 따라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조심해서 보고 또 착각하지 말아야할 한가지는 국내 기업들의 재무 레버리지는 부채가 낮아져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지만 영업 레버리지는 여전히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채 수준이 낮아져 금리가 좀 올라도 기업이 받는 타격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으나 글로벌 경기 변화에는 여전히 민감해 영업 환경에 따른 이익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이 매니저는 "경기란 좋아질지 나빠질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며 "너무 낙관론에 치중해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싸보인다고 밝혔다. 이 매니저는 "분명히 대형주는 중소형주에 비해 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며 "국내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면 가장 기여한 것이 대형주인데 시장 구조 변화로 인한 랠리에서 대형주가 소외돼왔다는 점은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추세와 밸류에이션만 보라

반면 조정이 거의 완료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970, 기껏해야 950이면 조정은 마무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이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자금 집행을 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다들 950에서 매수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대기 자금이 풍부해 지수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장은 올라가는 장"이라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전날 조흥은행이 적립식펀드 계좌 30만개 달성을 위한 발대식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자금 흐름이 시간이 걸리되 분명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립식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가가 오르면 자금이 들어오고 떨어지면 환매가 일어났는데 요즘은 주가가 오르면 자금이 덜 들어오고 주가가 떨어지면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것.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현명해졌으며 주가가 떨어지면 자금 유입이 늘어나 큰 조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도 "4월말까지 1050, 110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에 변함이 없다"며 "이달말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에서 도소매판매가 늘어나고 경기선행지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사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는 것은 5~7월에 중국의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단기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조정은 여기서 끝나고 다시 4월말까지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5~7월에 중국 위안화 절상으로 종합지수가 950, 많이 가면 900초반까지 내려가는 본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증시의 장기 추세와 종목 선택이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경기가 회복되고 국내 증시도 바뀌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상승이며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이 싸면서 기업 내용이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에 소개한 가치투자 펀드의 매니저도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밸류에이션을 판단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보지 못했던 악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