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반기업정서 이제 그만

[시평]반기업정서 이제 그만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05.05.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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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반기업정서 이제 그만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패주어야 부드러워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흘에 한번 꼴은 아니지만 자주 엉뚱한 이유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점에서 북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를 이 만큼이나마 지탱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기업들이 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한 대접을 받기는커녕 기업들은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어신세가 되어야 하는지? 기업을 이렇게 대접하고도 국민소득 2만 불 내지 3만 불이 가능한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이 시대의 화두이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은 산업화가 시작된 1965년 이래 수익성 및 재무구조 측면에서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제조업 부채비율은 104.2%로 미국 및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며 기업들의 비축 현금은 무려 66조원으로 2003년 말보다도 6조원이나 더 쌓아 두고 있다.

그러나 투자는 기업자금의 활용 순위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다. 기업들이 번 돈으로 투자를 해서 경제가 성장하고 성장이 또 다시 투자를 유발하는 선순환의 고리는 지금 끊어져 있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의 단절이 작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의 근본원인이다.

무엇이 기업들로 하여금 기업들의 본래 임무인 투자를 통한 부의 창조 대신 현금을 선호하게 만들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선도하고 있는 정치권, 시민단체 그리고 노동계 등 모든 집단보다 기업이 가장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지금 동네북 대접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정치권은 기업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업에게 유리한 것은 모두 특혜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정치권에 아직 잔존하고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한국이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의 선진제도를 무조건 한국에 적용해야만 개혁이라고 맹신하는 시민단체들은 집단소송제를 유예 없이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약자였지만 지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투적인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보다 취업 장사 등 부패의 온상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경영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이기는 하지만, 세계적 기업가로 발돋움한 기업인이 명예철학박사를 받는다고 물리적인 실력 행사를 시도한 학생들을 보면 대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회의 마저 든다.

왜냐하면 대학이 양성한 인재를 기업이 받아들여 재교육을 해야만 현장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은 기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기본적인 경제교육마저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은 결코 자라날 수 없으며 기업가 정신이 없이는 투자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은 이제 특정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이 전문경영인의 발굴을 통해 성장하지 않고 가족중심의 경영으로 일관하면 퇴출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의 시장규율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과 기업인을 동일시하고 가진 자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에서 표출되는 반기업정서는 이제 청산돼야 할 유물이다.

개발독재 시대에 통했던 정경유착이라는 반칙행위 때문에 반기업정서가 생겨났다면 이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조차도 사라져 가고 있는 참여정부 하에서는 반기업정서 또한 없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언제까지 기업의 과거 행태를 비판하면서 세월을 보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점점 떨어져 가는 출산율과 더불어 늘어나는 평균수명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리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때문에 경제의 활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년 정도 열심히 일해 국민총생산이 아닌 일인당 국민소득으로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야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는 국력을 비축할 수 있다. 남북한이 어울어져 다같이 잘 사는 한국, 이것이 부처님 오신 오월에 우리는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반기업정서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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