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물가안정의 축복(?)"

[내일의 전략]"물가안정의 축복(?)"

이상배 기자
2005.06.01 18:11

[내일의 전략]"물가안정의 축복(?)"

"경제지표 중에서 좋은 건 물가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가 통화 중 내뱉은 말이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한 가운데 4월 경상수지도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4월 산업생산은 3.8% 증가하는데 그쳤고, 경기선행지수 역시 4개월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마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둔화세가 좀더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다시 눈앞이 조금씩 어두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을 삼을 수 있는게 '물가'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정부 목표치인 3%초반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17.7로 지난달보다 0.2% 떨어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고 계산한 근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 2.5~3.5%의 최하단에 해당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물가안정은 비단 한국 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2% 떨어졌다. 물가를 보면,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핵심CPI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지난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물가가 안정적인 덕분에 금리인상 압력도 낮아지게 됐다. 물가불안보다 물가안정이 백번 낫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수요압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도 된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가장 큰 수수께끼"라며 "주식시장에 호재는 물가안정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안정이 과연 주식시장의 견조함을 설명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갑작스러운 글로벌 경기회복 가능성에서 그 답을 찾았다. 김 전무는 "9월까지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IT사이클의 시작과 갑작스러운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닥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IT수출경기를 분석해보면 대체로 3년 상승, 1년반 하락의 주기를 보여왔다"며 "IT수출경기가 지난해 2/4분기 정점을 친 뒤 올 연말이나 내년초가 되면 1년반의 하락을 끝내고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는 5일 만에 조정을 거쳤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70포인트 떨어진 969.51로 장을 마쳤다. 미 증시 하락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컸다. 거래대금은 1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날 처음으로 발표한 통합 우량주지수 KRX100은 1977.80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25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도 448억원 매수우위를 보이며 쌍끌이 매수를 연출했지만, 주가는 크게 따라주지 않았다. 개인이 75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대우증권은 6월이 하반기 대세상승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우려에 비해 실제 체감경기가 견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수출주 등 환율하락에 시달리던 종목들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대우증권은 밝혔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만큼 980~990선까지는 수급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좋지 않은 경기지표들이 주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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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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