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그는 그린스펀이 아니다"

[내일의 전략]"그는 그린스펀이 아니다"

이상배 기자
2005.06.03 18:07

[내일의 전략]"그는 그린스펀이 아니다"

"세계 금리인상 기조 끝나간다"

"美 기준금리 인상 마무리 단계 진입"

3일자 주요 경제지 종합면에 실린 기사 제목들이다. "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인상 싸이클이 (야구의) 8이닝에 와 있다"는 리차드 피셔 달라스 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을 옮긴 내용들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달 금리인상을 마지막으로 미국의 금리가 동결될 것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 보고서에서는 미 금리인상 종결 기대감이 주요 호재로 거론됐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될 경우 아시아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기사까지 냈다.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약해진 가운데 나온 발언인만큼 무게가 실리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셔 총재의 '금리인상 종결 임박' 발언에 무게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소속이었던 릴리 그램리 스탠퍼드워싱턴리서치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에게서 나온다"며 "그(피셔)는 아직 신참에 불과하고, 그의 말이 FRB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잭 귄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 역시 최근 "미국 금리는 여전히 중립적인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는 피셔 총재의 발언에 대해 GM 등 미국 자동차업계에 숨돌릴 틈을 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증권은 FRB가 연말까지 정책금리를 4%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유지했다. 윤석 CSFB증권 서울지점 전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다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게 공식 견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적어도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당분간은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본다"며 "다만 경기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느리기 때문에 금리인상 속도 역시 느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해왔듯이 FOMC를 열 때마다 매번 금리를 올리는 대신 2~3번에 1번 인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은 "금리인상을 끝내는 것은 FRB가 경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리를 점진적인 속도로 올리는 것이 주식시장에 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신후식 대우증권 경제금융파트장 역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며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 파트장은 "FRB가 이달말에 이어 8월에도 금리를 25bp 올릴 가능성이 높고, 9월에는 올릴지 말지 분명치 않다"며 "올 4/4분기 중 3.50~3.75% 수준에서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가 동결될 시점이 언제든 상관없이, 미국 경기가 느리게나마 개선되고 있으며 금리가 적정수준을 찾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금리인상 종결 시점에 대한 갖가지 발언들을 놓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장밋빛 수급, 불안한 펀더멘털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21포인트(0.54%) 오른 976.09로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1조9255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1023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5일째 매수우위를 이어갔다. 기관도 35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만 1319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박스권 하단이 950선으로 한단계 레벨업됐다"며 "적립식 펀드 등의 영향으로 수급이 예상보다 좋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 초반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뒤 트리플위칭데이를 전후해 다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950선을 지키고 견조한 흐름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심리 개선도 뚜렷하지 않다"며 "중국 증시와 홍콩 H지수도 약세를 보이는데서 보듯 전세계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들떠있는 것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의 리서치헤드는 "시장이 수급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며 "세계경기나 기업실적에 대해 그다지 자신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박스권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