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카산드라의 비애"
그리스 신화의 등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카산드라(알렉산드라).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느 날 '태양과 예언의 신' 아폴론의 구애를 받는다.
그녀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아폴론으로부터 예지력을 전해 받는다. 그러나 그녀가 예지력을 받은 뒤에도 오리발을 내밀자, 화가 난 아폴론은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도록 저주를 내린다.
이후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고 그리스군이 그 유명한 '트로의 목마'를 가져왔을 때, 카산드라는 "목마를 성안에 들여 놓으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고, 그녀의 예언대로 트로이는 결국 멸망했다.
'카산드라'는 "주목받지 못하는 비관적 예언자"라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지만,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카산드라'에 가깝다. 줄곧 '더블 딥'(이중침체) 가능성을 부르짖었던 로치는 "이제 내 아내조차 날 믿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하기도 했다.
뉴욕에 로치가 있다면 서울에는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상무가 있다. 마빈 상무는 최근 "한국 산업생산의 둔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추가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붕괴 가능성과 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언젠가는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전망이다.
한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케이오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앞으로 3~6개월내 세계 금융시장이 큰 불확실성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주식시장은 그해 8월 다시 랠리를 시작했다.
사카키바라 교수의 전망에 특징이 있다면 시기를 명시했다는 것이다. '언제'를 명시하는 것은 그만큼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독자들의 PICK!
지난 1993년 전세계 이코노미스트들은 태국 경제의 버블붕괴를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태국의 버블이 붕괴되고 바트화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은 4년이 지나서다.
경제학자나 이코노미스트들의 경고는 가끔 너무 이르다. '카산드라의 비애'가 생기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때로는 천재들)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미국의 주택가격을 우려하면서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금리인상 국면에 주택경기가 강했던 적이 없다"며 "금리인상을 극복할 정도로 미국의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거나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 등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적지 않다.
위험이 잠재돼 있지만 언제 현실화될지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닥 등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들의 강세는 하나의 대답일지도 모른다.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개별 종목에서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
이원일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상무는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이 확충될수록 중소형 가치주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며 "지금은 중소형주들이 대형주들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때"라고 말했다.
미니 서머랠리 가능성?
유가증권시장이 반등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고무된 프로그램 매수가 상승을 이끌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4포인트(0.55%) 오른 976.22로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2조4960억원으로 모처럼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지수는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인데 따른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으나 이후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중 고가는 977.55로 970~990선 매물대를 쉽게 넘어서지는 못했다. 선물옵션만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는 부담감도 상승세를 제한했다.
외국인이 7일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서 75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역대 최장 기간인 24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1643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229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2790억원 매수우위를 보인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0.62% 하락한 반면 한국전력은 2.94% 상승했다.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스트래티지스트(전략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120일선을 하향 이탈함에 따라 기술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가 120일선이 이탈된 뒤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하락 강도가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이 상무는 " 오는 3/4분기부터는 정보기술(IT) 제품들이 가격이 반등하면서 IT주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악재들도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미니 서머랠리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총 거래대금이 4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 수혜는 코스닥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코스닥이 조정을 받아야만 유가증권시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