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대북 경협의 현주소와 미래

[CEO칼럼]대북 경협의 현주소와 미래

윤만준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
2005.06.15 08:11

[CEO칼럼]대북 경협의 현주소와 미래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아침이다. 금강산과 개성이라는 양대 남북경협의 현장에서 밤낮으로 동분서주하는 우리들에게 한해 한해 6·15 기념일을 맞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5주년을 맞고 있다.

남북의 양 정상이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를 약속한지 만 5년, 그 사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오가게 되어 그 수가 이제 100만을 넘었고, 군사적 요충지였던 개성에는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남북 합작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남북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남북간의 사회·문화·체육 교류가 어색하지 않은 일상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법과 규정에 의해 제도화된 바탕 위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원리원칙도 없이 임의적으로 그리고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과거의 실상과 비교해 보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 하겠다. 이렇게 제대로 된 틀을 잡아가고 있는 교류협력사업은 남북의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신인도 제고와 실질적인 안보비용의 감소라는 ‘단순히 측정하기 어려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숨 막힐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고 있으며, 전력·통신·교통·물류여건 등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 인프라도 여전히 많은 개선의 여지를 안고 있다. 바세나르 협약이나 원산지 규정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규제에 따른 난관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며, 남북경협을 둘러싼 남남갈등의 해소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북을 오가는데 있어 복잡한 통행·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부터 북측의 SOC 건설 및 인프라 확충, 대북 투자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 남북경협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적 환경조성, 그리고 국제규범에 준하는 방식으로 남북경협을 제도화 하는 일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6·15 5주년을 맞는 아침, 다른 무엇보다 앞서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남북경협의 의미와 원칙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그 첫째가 남북경협에 대한 시각의 전환, 즉 민족경제의 차원에서 남북경협을 멀리 보고 깊이 이해하자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민족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민족산업이자 또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산업이다. 눈앞의 이익과 시시비비에 가려 남북경협의 본 뜻이 무시되거나 또는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의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남북경협은 50년 이상 서로 다른 경제체제와 관행에 따라 격리되었던 남과 북의 협력사업이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갈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남북 사이의 엇박자와 불협화음에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조급함을 누르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차분하게 풀어 나가는 마음가짐, 느림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 바로 남북경협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남북관계는 때로 곡절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상생번영의 길로 발전해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6·15 공동선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노력이 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모처럼 당국간 회담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다. 그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의 앞길이 밝아 보이는 아침이다.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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