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세상 바로보기
지난 6월25일 저녁, 한 TV 회사는 이런 방송을 했다. " 6.25 당시 미군 폭격기가 오폭을 해서 수십명의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6.25날 내보낼 뉴스로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6.25는 북한의 공격으로 시작돼 남북 양측은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냈고 미국도 3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제 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 앞으로 이 같은 불행이 없도록 우리 2세들에게 적절한 교훈을 주는 게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6.25라는 큰 그림은 외면한 채 왜 "미군이 우리 국민을 죽였다"는 사실을 톱뉴스로 보도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TV방송은 이건희 회장의 고대 명예학위 수여식이 있던 날은 "신성한 학위를 돈으로 주고받는 행위는 없애야 한다"고 보도했었다.
세상을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정말 바쁠 것이다. 과거 역사도 전부 다시 써야 하고 보통사람의 상식이 틀렸다는 걸 일일이 가르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업은 한정된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면허 받아 영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익적 목적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야지 자기들 방식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런 관점만으로 프로그램을 도배질 해서는 안된다.
방송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내가 안보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정부의 정책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큰일이다. 정부정책을 피해갈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최근 경제부총리는 강남의 집값에 대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강남의 집값이 오른다지만 전세 값이 안정돼 있는 걸 보면 강남 아파트에 대한 실 수요가 늘은게 아니고 투기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은 안정돼 있는데 대형평수만 가격이 오른 걸 보면 그 동안의 정부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강남에 있는 60평, 80평 아파트가 명품 대접을 받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남이라는 좋은 입지에 재건축 규제등 공급부족으로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고가 명품에 투기수요가 따르는 것은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걸 경제부총리가 이제야 깨달았다는게 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대형평수의 가격만 올랐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가격은 모두 상대가격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60평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35평형의 가격도 조만간 오르게 되어있다.
더욱이 그 동안의 정부정책은 중소형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자는게 아니라 대형평수 아파트의 가격을 잡자는 것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정부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지 어떻게 일정부분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암 환자에게 마구잡이로 약을 먹여놓고 감기증상은 호전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책당국자가 세상을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대형평수 아파트에 대한 혐오는 정부정책 당국자들에게 공통된 현상이다. 이정우 위원장의 경우 판교에는 소형과 대형 평수를 섞어 이른바 소셜 믹스(Social Mix)형으로 단지를 만들어야 사회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단지를 만들 경우 15평 형 주민들과 60평형 주민들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한쪽은 주눅들고 한쪽은 멸시하는 상호배척적 단지가 될 것인가. 진정한 공동체를 원한다면 경제정책 당국자들부터 당장 서울의 달동네로 이사할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들은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 남들에게는 소셜 믹스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될 것 같다.
선진국에서도 주택단지는 소득수준에 따라 분리되고 있다. 부자동네가 있는가 하면 중산층이 모여 사는 단지도 있다. 이웃이 나와 비슷해야 서로 인사도 하고 자녀들도 같이 놀게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주거지는 소득에 따라 분리되는게 서로를 위해 좋다는걸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고 불평하는 한 집값은 오르게 돼 있다. 세상보는 눈을 바꾸기 전에는 문제가 해결 안된다는걸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