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대통령의 생존비결

[시평]대통령의 생존비결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장
2005.07.07 12:1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대통령의 생존비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보면 역시 대통령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카리모프 대통령은 장기집권에, 독재에 심지어 노망증세까지 보여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줄타기의 명수다. 과격 이슬람 테러를 두려워하는 미국과 소련의 의중을 간파해서 이슬람 관련 테러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중앙아시아에는 이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신임을 얻어냈다. 또 그는 후계자로 출중한 미모를 가진 자신의 딸을 지명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한다.

 

페루의 톨레도 대통령도 국민 지지율이 8~14% 밖에 안 되는데도 건재하다. 톨레도 대통령은 전임자인 후지모리 대통령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공격해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부도 별 다를 게 없다. 대통령 측근들은 뇌물수수로 감옥에 가 있고 그가 한마디 하면 언론들은 우스개 소리로 만들어 그를 조롱한다.

 

그래도 그는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수출이 잘되어 경제가 그럭저럭 성장하고 있다. 둘째, 대선공신들이나 여당 실력자들이 정부요직을 원하면 개각을 해서라도 들어주었다. 셋째, 칠레 정부와의 정치적 마찰이 있었을 때 강경하게 나가 칠레 정부의 사과를 받아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라이벌인 전직대통령 알란 가르시아가 총파업을 주도하다 실패한 후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라이벌의 실수로 점수를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20%대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도 수출이 잘 되고 있고 여당 낙선자들을 대거 입각시키는 등 페루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고구려사 문제로 중국에 대해, 독도문제로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지지율이 반짝 올라가기도 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생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주요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균형발전 정책이 전국의 땅값을 부추기고 강남의 아파트 정책 실패로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보안법, 언론법, 사학법, 과거사법 등 너무 여러 곳에 전선을 펼쳐 원만한 수습을 하기가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20년 집권을 내다본다면서 5년 사이에 총체적 사회변혁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의 김병준 실장이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고 한 것도 무리한 발언이다. "내가 만든 것은 다음 정권도 쉽게 손댈 수 없다"는 오만함이 보인다. 이런 무리수가 계속되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은 생존에 성공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이 성공하자면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일이 꼬이는 것은 야당 때문에, 과거 친일파 때문에, 강남의 투기꾼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러다 갑자기 "야당과 연정이라도 해야겠다"고 하면 국민들은 당황스럽다.

 

이런 마당에 부동산 정책을 배후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인사가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르면 불로소득은 몽땅 환수해서 강북개발에 퍼붓겠다"고 말하면 이는 공개적으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이런 발언은 강남 주민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같은 상황에서 현 여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자면 야당이 실수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한 경험 때문인지 극도로 몸조심하고 있다. 과거 경험만 믿고 "보수 꼴통인 한나라당 정도는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방심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야당이 실수하지 않는다면 우즈베키스탄처럼 후계자를 잘 골라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