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부동산 시장의 복수

[시평]부동산 시장의 복수

윤창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2005.07.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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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부동산 시장의 복수

주식시장에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존재한다. 기업이 주식을 새로이 발행하여 시장에 내다 파는 시장이 발행시장이다. 이렇게 발행되어 팔린 주식은 유통시장을 통해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활발히 거래가 된다.

이때 발행가격은 대부분 유통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유통시장에서 주가가 오를 때 발행시장도 활황을 보이는데 이는 주식의 유통시장가격이 오르면 발행시장가격도 올라서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발행되는 물량은 기존에 발행된 물량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발행시장가격이 유통시장가격을 좌지우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아파트 시장에도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있다. 발행시장은 아파트 신규분양시장이고 유통시장은 아파트 매매시장이다. 주식시장에서 발행가격(공모주 가격)이 유통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것처럼 아파트 분양시장가격은 당연히 기존아파트의 매매시장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신규로 나온 분양물량은 기존에 지어져서 거래되는 아파트의 숫자에 비하면 너무도 작기 때문에 매매가격을 좌지우지 하기는 힘들다.

만일 주식의 유통시장 가격이 10만원인데 이는 너무 비싼 것 같으니 발행시장에서 5만원에 발행을 하도록 규제를 해서 이를 낮춘다고 할 때 신규발행주식가격이 낮다고 해서 유통시장가격이 덩달아 낮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5만원의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게 된 투자자만이 5만원에 사서 10만원에 팔아서 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분양가격을 규제하여 낮추면 낮은 가격에 분양을 받게 되는 사람만이 매매가격과 분양가격의 차이를 이익으로 챙기게 된다. 연기되기는 했지만 최근 `판교로또'라고 불린 분양가 억제정책이 이러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논의되는 분양원가공개정책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 정책이 아파트 매매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분양가격을 낮춘다고 매매가격이 덩달아 낮아질리 만무하다.

그러나 만일 이 정책이 건설회사 이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원가가 공개된다면 건설회사는 여러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원가에 어느 정도의 마진을 붙인 정도에서 만족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가상의 상황이기는 하나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여 원가 이하로 하락한다고 할 때 정부가 나서서 원가에 일정마진을 더한 액수를 분양원가로 보장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건설회사는 쌓아놓은 이윤으로 버티든지 아니면 도산을 해야 한다. 실제 IMF 사태 직후 건설회사의 줄도산이 이어진 적이 있지만 장부가 이를 책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회사가 자신이 파는 물건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는 바람에 이익을 내는 것은 그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견딘 데에 대한 보상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분양가격이 매매가격수준으로 높게 상승하여 발생하는 건설회사의 이익을 환수하려 시도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회사가 이익을 보아야 시장에 존속하면서 양질의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게 된다.

 

투기를 잡는 방법은 정공법을 써야 한다. 시장을 건드리고 가격을 왜곡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시장의 메커니즘은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면서 공급확충과 수요억제책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복수와 반란이 없다. 최근의 분양원가공개정책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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