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금리와 암 진단

[내일의 전략] 금리와 암 진단

이웅 기자
2005.08.09 19:32

[내일의 전략] 금리와 암 진단

암은 초기에 별 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감지할 수 있는 증상을 야기한다. 미국암협회(ACS)는 암을 진단할 수 있는 7가지 위험신호를 내놨는데, '기침을 3주 이상 하거나 목소리가 쉬면' 폐암이나 후두암을 의심해보라는 식이다. 물론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암의 징후라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는 오히려 암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의사의 진찰은 한번 받아볼 만은 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도 위험을 알리는 신호들이 많은 데 그 중 하나가 '금리'다. 경험많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시의 활황세를 즐기다가도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슬슬 물러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일종의 경험법칙으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시장 금리의 상승은 증시의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소비부문을 위축시켜 기업이익을 악화시키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뿐만 아니라 통화량 감소로 유동성 위축을 가져오는 등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 달러 자산의 매력을 높여 한국 등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언제나 '위험 신호'인 것은 아니다. 금리 상승은 무엇보다 경기회복의 신호이다. 돈의 가치인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경기회복으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대개 경기회복을 알리는 경제지표의 개선 정도와 채권 금리의 등락은 궤를 같이 한다.

또한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금리 상승과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리서치 결과를 내놓고 있다. 나아가 미국 단기금리 인상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자산 배분 조정을 유발해 오히려 신흥시장으로의 유동성 공급을 강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리의 증시 영향은 장단기로 나눠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둔화와 유동성 위축을 가져와 악재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의 신호로 해석돼 호재가 된다. 금리 상승이 당장은 기업 이익에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이익의 성장 속도가 이를 넘어설 경우 부담은 상쇄된다.

정책 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9일)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11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온통 금리로 쏠리고 있다. FRB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FRB는 지난해 6월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매번 0.25%씩 1%에서 3.25%로 인상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9개월째 콜금리를 3.25%로 묶어두고 있는 데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시사해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국 장단기 금리의 역전 가능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FRB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국채(10년물) 금리는 지난해 6월 4.6%에서 4.2%로 낮아진 것.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극심한 경기과열의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장기금리의 하락은 FRB의 정책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에 따른 한미간 금리역전은 국내 콜금리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 상황에서 콜금리가 조기에 인상될 경우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국내 내수경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는 FRB가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빨리, 많이 올리느냐 하는 인상의 속도와 폭이다. 금리 상승이 항상 위험 신호는 아니지만 위험 여부를 한번쯤 진찰해 볼 필요는 있다.

◈ 급반등

9일 코스피시장이 5일만에 급반등했다. 최근 조정폭이 컸던 데 따른 반발 매수세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초반 약세에서 벗어나 일중 고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매도세를 강화한데다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까지 쏟아졌으나 증권, 투신 등 기관이 주축이 돼 매물을 소화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3.13포인트(1.21%) 오른 1099.77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4억5442만주로 전날보다 크게 늘어났으며 거래대금은 2조7208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은 1017억원을 순매도, 나흘째 차익실현에 나섰다. 반면 기관은 후반 매수세로 전환, 39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은 7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으나 장중 매수 우위 지키며 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926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나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차익거래는 126억원, 비차익거래는 178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한 대형주들 다수가 초반 약세에서 반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6.34%), 증권(+4.26%), 건설(+3.39%), 비금속광물(+3.63), 철강금속(+2.46%), 금융(+2.65%), 은행(+2.26%), 섬유의복(+1.44%), 종이목재(+1.35%), 의약품(+2.42%), 운수장비(+2.03%), 유통(+1.58%) 등 대부분이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음식료품(-0.55%), 전기가스(-0.63%) 등 일부만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이 7일간의 조정을 마무리하면서 51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8.16포인트(1.61%) 오른 515.54포인트로 마감, 8일만에 반등했다. 외국인은 106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장을 이끌었다. 개인은 2억원, 기관은 71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 랠리 복귀?

주식시장이 예기치 않은 급반등 장세를 연출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벌써 조정이 마무리되고 랠리로 복귀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닥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이 조기에 급반등한 것은 한편으로 시장이 여전히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있고 체력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하루 반등을 본격적인 반등으로 해석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 그보다는 최근 조정폭이 컸던 데 따른 반발 매수 심리와 오랫동안 매수 기회를 엿봐왔던 저가 매수세가 맞물린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한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간 낙폭이 컸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 이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특별한 모멘텀이나 뉴스가 있었던 것이 아닌 데다 그동안 동조화 현상이 강했던 미국 증시는 오히려 기술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정을 받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급반등은 증시가 힘이 여전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시중 금리 급등, 내수경기 부진 우려, 시장과열 심리, 유가 급등 등 증시에 조정을 가져온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닥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의 낙폭이 컸던 것과 4일 연속 조정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반등, 즉 랠리 복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여건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7월과 같은 폭발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메텀과 수급 보강이 필요한 데 이 역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 위원은 "최근 조정은 지금까지의 상승 동력이 됐던 기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며 "추가 상승 위해선 수급 보강과 모멘텀이 필요한 데 당분간 전고점을 돌파할 만한 동력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때문에 당분간 고점은 낮추고 저점에서는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락폭이 깊어지는 가격조정보다는 반등 시기를 늦추며 바닥을 다지는 기간 조정의 성격을 띨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의 단기 추세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FOMC, 금통위, 옵션만기 등 이번주의 주요 이벤트들을 지켜보며 시장의 반응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홍 팀장은 "오늘(9일) 밤부터 목요일(11일)까지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본 뒤 추세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체크포인트와 일정

○ 고객 예탁금이 크게 늘어나 올들어 처음 12조원대로 올라섰다. 8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전날보다 1116억원 늘어나 12조151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는 2002년 3월14일 기록한 12조7349억원. 위탁자 미수금은 106억원 줄어든 1조5698억원을 기록했다.

○ 매수차익거래잔고가 4일 연속 증가했다. 8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417억원 증가한 9683억원을 기록했다. 매도차익잔고는 3일째 줄었다. 6520억원으로 32억원 감소했다.

○ 국내 소비자 기대지수가 4달 연속 하락,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연초 반짝했던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음을 시사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95.2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현재 생활형편 등을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 역시 3달 연속 하락해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가 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9일 회의에서 "현재의 경기,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금리를 조정할 이유가 없으며, 추후 경기회복이 확실해지면 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고 더 올리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며 금리 인상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인 최운열 서강대 대외부총장은 이날 앞서 "지금까지의 저금리정책은 투자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가계부채 증가 및 부동산가격 상승만 초래했다"며 "금리를 인상해도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부동산 값 안정에 기여할 것"고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 국내 3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금리인상 우려로 연중 최저치로 급락했다. 9일 3년물 국채선물은 109.37로 마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 국제 유가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9월 인도분은 1.63달러(2.6%) 급등,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3.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거래에서는 배럴당 64달러선을 넘어섰다.

○ 9일 일본 도쿄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우정 민영화 관련 법의 부결과 고유가 악재에 흔들리지 않고 상승 마감했다. 닛케이255 지수는 1만1900.32로 전날에 비해 1.03%(121.34엔) 상승했다. 대만증시는 보합세를 보였다. 가권지수는 6380.00으로 전날에 비해 0.03포인트 떨어졌다.

○ 일본의 6월 기계주문이 전달에 비해 11.1%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6.5%)를 배 가량 웃도는 것으로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일본의 경제가 정치 문제를 이겨낼 만큼 견조하다며 우정법안 부결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연결기준으로 올 2분기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 이후 반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9일 장 마감 후 밝혔다. 2분기 매출액은 1067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을 기록했다.

○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은 이달 말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정책 공청회'를 10일과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 미국은 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을 재점감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된다. 이밖에 6월 도매재고와 2분기 노동생산성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날(10일)은 7월 재정수지와 주간 원유재고가 발표된다.

○ 일본은 10일 7월 수출입물가와 7월 소비자기대지수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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