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음모론'에 분개하기에 앞서…

[기자수첩]'음모론'에 분개하기에 앞서…

박재범 기자
2005.08.10 08:21

[기자수첩]'음모론'에 분개하기에 앞서…

'X파일' '불법 도청' 등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분간하기 쉽지않다. 무엇을 쫓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 말마따나 수사와 공개, 특별검사와 특별법, 불법 도청 문제와 도청 내용 문제 등이 뒤엉켜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정략까지 가세하면서 급기야 '음모론'으로 확산됐다. 노 대통령은 '모욕'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한번 지펴진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을 태세다.

그런데 사실 '음모론'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일련의 과정에서 유추할 수 있는 개연성을 얘기하고픈 게 아니다. 노 대통령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불법 도청, 그 속에 담긴 정경유착 내용 등 두축을 불법도청 사건의 본질로 규정했지만 하나 빼놓은 게 있다.

바로 국가기관의 '거짓말'이다. "불법 도청은 없다" "휴대전화의 도·감청은 불가능하다" 등 숱한 거짓말에 속아 살아온 민초들은 이제 뭐든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국가기관의 어떤 발표도 한번 곱씹어 보고 그 뒤에 어떤 저의가 숨어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몸부림'이다.

노 대통령 설명대로 음모론 확산에는 불법도청 문제의 초점을 흐리려는 야당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깨끗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노 대통령으로선 언짢아할 만한 '정치 공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모론'도 뒤집어볼 정도로 국민이 예민해져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음모론'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은 더 큰 '모욕'을 국가로부터 당했다.

자신의 불쾌함을 토로하기 전에 자신이 직접 관여한 일은 아니더라도 국가의 원수로서 먼저 국민들의 '모욕'을 씻어줘야한다.

거짓말의 시대, 거짓말 공화국에 사는 현실이 무섭다. 마음 한 편엔 '국가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십계명의 9번째 계명(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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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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