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이유야 어찌됐든"

[내일의 전략] "이유야 어찌됐든"

이웅 기자
2005.08.12 19:03

[내일의 전략] "이유야 어찌됐든"

증시 랠리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코스피시장은 4일간, 코스닥시장은 7일간의 짧았지만 화끈했던 조정을 뒤로 한 채 다시 상승 궤도에 복귀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조정 직전의 전고점을 어렵지 뛰어넘어 사상 최고가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3개월 이상 누적된 급등의 피로를 해소하기에는 조정 강도가 미흡하다는 진단이 우세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코스피시장은 고유가 부담 속에서도 나흘 연속 상승, 최근 조정분을 완전히 만회하고 전고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1131.97까지 올라 조정 직전인 지난 3일 기록한 전고점인 1129.92(장중가)를 넘어섰다. 이제 남은 전고점인 사상 최고점과의 거리는 장중가(1145) 기준으로는 불과 13포인트, 종가(1138)로는 8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8일까지 나흘간 32.19포인트(2.88%) 하락한 뒤 현재까지 저점 대비 43.58포인트(4.01%) 반등했다.

이에 반해 코스닥시장은 조정의 폭과 길이가 상대적으로 컸던 탓에 최근 낙폭의 절반 가량을 돌려받은 상태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8일까지 7거래일 동안의 조정 기간 동안 40.29포인트(7.36%) 하락한 뒤 현재까지 저점 대비 18.26포인트(3.60%) 반등했다.

단기급등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도 상승 흐름을 멈추지 않던 증시에 최근 조정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던 것은 유가, 금리, 환율 등 '매크로' 가격변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0.25% 인상과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로 금리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 금리 관련 부담은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그러나 시중 금리의 상승 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기회복과 실적개선에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조정의 배경이 됐단 기술적인 과열 부담을 충분히 해소하고 추가 상승의 발판을 다지기에는 조정의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게 조정 직후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판단'은 다른 듯하다. 평소 같으면 금리 상승, 고유가, 환율 하락 등 모두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악재'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악재를 악재로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상승을 바라는 시장의 심리가 그만큼 강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경기 회복기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가 상승도 기업 실적 악화나 소비 위축 우려보다는 중국 등 늘어나는 세계석유 수요에 의한 일종의 경기회복의 신호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환율 하락 역시 경기 회복시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혜가 더욱 클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주는 사상 최고점 돌파 시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이유야 어찌됐든'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아야 하듯, 파고가 높아질 때는 타고 넘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추세에 무리하게 대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경험칙이다.

◈ 전고점 돌파

12일 코스피시장이 4일 연속 상승했다. 전날 옵션만기의 후과인 프로그램 매물을 무사히 소화해내며 대형 IT주들로 매기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외국인도 소폭이나마 3일째 매수에 나서 장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45포인트(0.57%) 오른 1130.22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은 5억8975만주, 거래대금은 1조6465억원으로 전날보다 늘어났다. 광복절 연휴을 감안하면 거래가 활발한 편이었다.

외국인이 135억원을 개인는 233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463억원 순매도였는데, 프로그램 매도를 제외하면 증권과 보험이 주축이 된 매수세가 우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 매매는 59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날보다 베이시스가 소폭 하락했지만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를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차익에서 864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지만 비차익을 통해 272억원 순매수가 유입됐다.

업종별로는 화학 철강 전기 의료정밀 의약품 유통 전기가스 건설 등이 1% 대에서 올랐다. 운수창고도 0.90% 의 강보합. 반면 통신업이 SK텔레콤의 하락으로 1.99% 내렸고 섬유업종도 1% 이상의 약세였다. 은행 기계 금융 보험 등도 소폭 하락했다.

한편 코스닥시장도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힘입어 4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0.90포인트(0.17%)상승한 525.64포인트로 마감했다.

기관은 42억원을 순매수, 10일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으며, 외국인은 355억원을 사들이며 8일째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은 장중 매도 우위로 돌아서 홀로 70억원을 순매도했다.

◈ 사상최고 돌파시도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재상승 신호를 보내자 시장의 관심은 사상 최고가 돌파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 추세상 다음주 돌파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다음주 최고가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유가,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들의 부담이 남아 있지만 현재 시장의 핵심 테마는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다른 요인들은 주변 변수로 테마에 맞춰서 해석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최근 조정으로 종전의 기술적인 부담까지 상당 부분 해소가 된 상태여서 사상 최고점 돌파를 위한 여건은 조정 전보다 훨씬 유리해졌다"며 "주가지수의 20일 이동편균선과의 이격도로 볼 때 앞서 105에서 조정이 시작됐지만 이후 100까지 떨어졌다 현재 103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급 측면도 나쁠 게 없다"며 "조정 후 주가 반등이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소화하는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수 여력이 있는 데 이는 증시에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제 유가가 단번에 70달러를 넘어서는 등의 돌발 사태가 없다고 한다면 시장은 무난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이 매우 가벼워진데다 매도 대기 물량은 거의 없는 대신 조정 시에는 대기 매수세가 기다리고 있는 데다, 특히 최근 조정을 겪으면서 투신권이 주식을 사들이며 매수 주체로 떠오른 점이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승의 속도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지난달 1100선을 넘어선 이후 20여일이 지나는 동안 사실상 30포인트 밖에 오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알게 모르게 충분히 기간 조정을 겪어온 것으로 평가된다"며 "전고점 돌파는 다음주 중 아무 때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주는 미국과 국내 금리 정책 결정과 옵션만기 등 불확실성을 동반한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선제적인 조정을 받은 측면이 강했으나,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면서 이번주 주가가 원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 연구원은 "다음주는 발표가 예정된 미국 거시 경제지표들이 대부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 추세를 위협할만한 변수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사상 최고가 돌파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 유가는 쇼크 수준은 아니다"며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 상승이 가속화되기 전까지는 제한적인 영향만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상승 흐름에 순응하는 대응 전략이 유효할 것이란 주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실적개선에 초점을 맞춘 우량주 위주의 선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순환장세라는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종목을 안배하는 '센스'도 잊지말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성 연구원은 "현재의 장세는 주도주가 정해져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못 올랐던 종목들이 번갈아가면서 오르는 전형적인 순환장세인 데다, 뚜렷한 고점 신호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종목을 쉽게 갈아타기보다는 호흡을 다소 길게 갖고 보유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류 연구원은 "시장이 이런 저런 변수들로 인해 복잡해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단순하다"며 "시장의 흐름의 기본은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 상승과 함께 실적 개선이 함께 가는 전형적인 실적 장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종목 선정시 실적 체크를 우선으로 삼되 최근 장세가 순환매 양상을 띠는 점을 감안해 업종간 순환싸이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체크포인트와 일정

○ 11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전날보다 2192억원 줄어든 11조5937억원을 기록했다. 위탁자 미수금은 1450억원 줄어든 1조982억원을 기록했다.

○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사흘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1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전날보다 59억원 증가한 9166억원을 기록했다. 매도차익잔고는 39억원 줄어든 6447억원.

○ 국제 유가가 시간외거래에서 배럴당 66달러를 넘어섰다. 12일 뉴욕상품거래소 서부텍사스산중질유 9월 인도분은 한때 배럴당 66.11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정규장에서는 65.80달러로 마감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57달러 선에 근접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42달러 오른 56.79달러에 거래됐다.

○ 원/달러환율이 사흘만에 하락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1.1원 떨어진 1013.8원에 거래를 마쳤다.

○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설비투자가 상반기에 비해 2조1070억원(10%) 가량 늘어나고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6조5500억원 증가한 43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산업자원부가 200대 기업의 설비투자 실적과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는 22조99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3%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 7월 중 수출입물가가 원자재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전월대비 상승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7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수출물가는 지난달보다 2.8%, 수입물가는 3.4% 각각 상승했다.

○ 일본의 2분기 연간화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1.1%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기준 전문가 예상치인 1.9%를 밑도는 결과다. 또 이번 3분기 GDP 성장률은 일본의 지난 5년간 평균 성장률인 1.3% 보다 낮다.

○ 미국은 12일(현지시간) 6월 무역수지, 7월 수출입물가, 8월 미시건대소비자신뢰지수 등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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