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그래도 신용제공 때문에 은행권으로 법인 손님이 몰리는데, 수시입출금상품까지 사라지면 증권사가 법인 영업을 어떻게 합니까. 증권사는 뭐 먹고 살라고..."
24일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증권사 영업본부장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정부가 23일 법인MMF(초단기투자금융)에 9월 중으로 익일환매제 시행을 시작하겠다고 밝힌데 대한 심경이다.
법인MMF 투자자가 오늘 오늘 환매를 신청하면 내일 자금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2004년에 제정된 간접투자자자산운용업법은 2007년까진 MMF에 익일환매제를 도입하겠다고 못박았다. 또 MMF를 법인용과 개인용으로 나눴다. 2003년 LG카드 사태 때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LG카드 부도로 채권 시장이 마비되자, 정보력이 높은 법인 고객은 먼저 알고 MMF에서 돈을 빼냈다. 반면 일부 개인 고객은 남아 있다가 MMF를 환매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일각에선 증권사가 일부 법인에 미리 정보를 줬다는 얘기도 돌았다. 제도 변화에 증권사들이 불만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저러한 전력이 있는 탓이다.
증권사의 괴로움은 하나 더 있다. 이번 제도 변화로 법인MMF의 단기 금리가 낮아질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투자자가 MMF에 오후 5시 전에 돈을 넣으면 당일에 바로 자금이 판매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달된다. 따라서 첫날부터 MMF 금리를 온전히 적용 받는다. 현재 MMF 금리는 2.8~3.3%다.
제도가 바뀐 뒤엔 투자자가 오늘 넣은 돈이 내일 자산운용사로 전달된다. 고객 돈은 하루 동안 판매사에 맡겨진다. 이때 판매사는 하룻 동안 '대기금리'를 준다. 대기금리는 연 환산 0.1~2.2%로, MMF 금리보다 많게는 3% 이상 차이 난다.
MMF로 돈이 하루 늦게 들어가면 그만큼 수익은 적어진다. 대기금리가 2%, MMF금리가 3%일 경우 첫 날엔 2%, 다음날부터는 3% 금리를 받는다. 이에 따라 현재 연 환산 3%인 MMF는 제도 변화 뒤엔 3일 수익률이 2.67%, 일주일 수익률이 2.85%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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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법인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딱 한 가지다. 대기금리를 높여 MMF 금리 하락을 막는 일이다. 그러려면 증권사 내부 운용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만큼 비용이 늘어난다.
게다가 펀드판매시장에선 은행이 계좌수 비중으로 48%의 시장을 가져갔다지 않는가. 펀드판매시장은 전통적으로 증권사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금융산업이 호황기에 들어선다지만, 증권사는 여전히 살기 괴롭다.은행, '행렬 애벌레' 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