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제3세계국가가 된 것 같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의 80%가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의 한 자선병원 간호책임자가 한 말이다. 무더운 날씨에 병원의 전기가 끊기고 비상용 발전기도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참담한 일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카트리나로 인한 인명 피해가 1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로 침수 등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아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수로 인해 산업화학물과 오물이 뒤섞이면서 후진국형 전염병 창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규모는 26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가 미국을 강타했던 때의 21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복구비용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의 내처럴 디재스터(natural disaster)인 셈이다.
내처럴 디재스터가 이코노믹 디재스터(economic disaster)로 진화할 조짐이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지역이 미국의 주요 원유, 휘발유 공급원인데다 옥수수, 콩 등 농업상품의 수출항구들이기 때문이다.
시장분석회사인 액션이코노믹스는 30일(현지시간) 3분기 미국 GDP전망치를 4.6%에서 4.0%로 낮췄다. 특히 원유가격이 배럴당 71달러에 근접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면서 미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유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같은날 복구활동으로 향후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허리케인의 경제적 충격을 연구해온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 더그 우드워드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보험금과 연방정부의 복구기금이 제공되고 재건붐이 일면서 소득을 창출할 것이며, 1년후에는 미국 경제가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허리케인 앤드류로 인한 상흔이 아문 뒤 다음 분기에는 GDP가 크게 상승했으며, 9.11테러 이후에도 미국 경제는 급반등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