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뿐인 '에이즈 대책'

[기자수첩]말뿐인 '에이즈 대책'

최정호 기자
2005.09.06 08:35

에이즈에 감염된 피로 만든 약이 또다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열처리나 화학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장을 사용했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식약청과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에이즈나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됐거나 오염 우려가 있는 혈액은 약품 제조에 쓰지 못하도록 정한바 있다. 문제는 예외 경우다. 약의 재료로 사용되기 전 발견되면 전량 폐기해야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약은 계속 유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열처리나 화학 처리를 하기 때문에 혈액 속 에이즈나 간염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것이 예외 규정의 이유다. 선진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하고 있으며 이들 혈액제제로 인해 에이즈나 간염에 걸린 사례도 아직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에이즈 감염 혈액제제의 안전성은 아직 학계나 법정에서 논란중이다. 학계는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도, 또 100%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법원은 지난 7월 제약사가 관계 없음을 입증하기 전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했고 해당 제약사는 이에 불복,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약과 식품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 연관된 것이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 FDA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것도 철저한 검증 절차 후에 먹어야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물론 확신은 없지만 의심이 가는 경우에도 이를 사전에 공지, 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알린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파문은 정부의 신중치 못한 접근과 제약사의 방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2~3년전 같은 문제가 생겼고 지금도 법적, 학문적 논란에 있는 사항을 단지 에이즈 감염과 상관관계가 100%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반복했다. 제약사도 정부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 변명할 수 있지만 생명을 살리는 약을 만든다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불과 1년도 안돼 다시 같은 논란이 되풀이 되는 것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적십자가 37억원을 들여 에이즈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한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250억원 가량의 의료수가를 올린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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