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에 돈 풀어도 갈곳이 없다

[기자수첩]벤처에 돈 풀어도 갈곳이 없다

김현지 기자
2005.09.07 09:15

벤처, 돈 풀리면 불씨가 살까.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벤처 투자 종잣돈을 받은 A 창투사의 심사역은 좋은 투자처 찾기에 발벗고 나섰지만 척박해진 IT 벤처 생태계에 놀라고 있다.

"요샌 '이거다!' 싶은 투자처가 없다. IT 벤처회사를 경영한다는 데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투자처 찾기도 녹록치 않다"

이런 고민을 유독 A 창투사 심사역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 중기청, 한국IT펀드(KIF) 등이 올해 들어 종잣돈을 쏟아내면서 벤처활성화에 나섰지만, 창투사는 돈을 받아서 불려줄 IT 벤처 업체 찾기가 수월치 않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벤처 투자는 원래 10개 투자해 1개 잘돼도 성공했다는 말이 나올만큼 리스크가 큰 편이다. 따라서 ‘투자할 데가 없다’는 창투사의 고민도 특별히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벤처 산업계가 맞고 있는 몇가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에 귀가 기울여진다. 앞으로 '확실히 뜰' 산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벤처 업계 내 형성돼 있지 않고, 대부분 돈되는 사업은 대기업이 장악해 들어가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단연 투자 1순위였던 휴대폰 관련 벤처의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휴대폰 분야는 시세가 갔고, 여전히 기대감이 높은 편인 LCD를 빼면 다른 분야에서 성공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고 창투사들은 입을 모은다.

DMB 단말기, PMP 등 각종 하드웨어나 콘텐츠, RFID(전자칩) 분야에서 벤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몇몇 단말기 업체에 투자해봤지만 재미를 못 봤다는 한 창투사 심사역은 이런 문제들로 벤처 경영에 대한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수천 억원의 돈이 풀린다고 벤처 경기가 마른 장작에 불붙듯 활황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 같다.

벤처 업계는 지금 미래의 불확실성과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다변화, 수출로 확보, 수요 다양화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 핵심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