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대통령의 장사꾼 기질

[기자수첩]노대통령의 장사꾼 기질

산호세(코스타리카)=박재범 기자
2005.09.13 08:24

중미국가들을 순방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중미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보인 행보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이 곧 나라' 등 과거 순방 때 나온 `기업예찬'은 없지만 좀 더 현실에 다가섰다는 게 현장에서 직접 접한 기업인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중미 2개국(멕시코. 코스타리카) 방문 성격이 여타 순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나마 엘살바도르 등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중미국가 정상들은 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코스타리카로 직접 날아왔다. 핵심은 `투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정상들, 또는 다국적기업 대표들을 만나 '투자 유치' 세일즈를 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교육정보화사업에 투자해 달라"(베르쉐 과테말라 대통령) "국제공항 확장 공사사업을 지원해 달라"(볼라뇨스 니카라과 대통령)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파나마운하 프로젝트에 함께 해달라"(토리호스 파나마 대통령) 등 중미국가의 정상들은 한국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바랐다.

매번 투자 유치만 호소하다 모처럼 접한 투자 유치 요청에 귀가 솔깃할 만도 하지만 노 대통령은 흥분하기에 앞서 장사꾼다운 솜씨를 발휘했다.

"건설분야에서 지금까지 해외공사를 수주하는 데 집중했지만 한국도 이제 경험을 토대로 해외개발사업을 기획하고 개발계획에 투자하는 수준으로 변신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한 게 좋은 예다. 중동지역의 프로젝트 투자도 예로 들며 "플랜트 건설에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갖고 가장 신속하고 저렴하게 해낼 역량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투자와 개발 계획을 바란다면 중동에서처럼 중미 국가들도 우리나라 건설 업체에 대규모 수주를 먼저 주라는 우회적 압박"(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로 돌아오면 상황은 다르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겨울잠'이고 노 대통령의 장사꾼(?) 기질은 찾아보기 힘들다. 밖에서 느낀 것의 반 정도만 해준다면 좋겠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생각만은 아닌 듯해 자못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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