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형식에 갇힌 '인터넷 실명제'

[기자수첩]형식에 갇힌 '인터넷 실명제'

백진엽 기자
2005.09.16 10:44

온-오프 세상이 '인터넷 실명제' 논란으로 시끄럽다. 정부가 대형 포털에 제한적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

포털업체들도 15일 협회 명의로 "실명제 의무화는 인터넷의 기본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는 정책이며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원인과 처방을 잘못한데서 비롯된 과잉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실명제 논란을 지켜보면서 '실명제'라는 단어, 즉 형식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 아니다. 이미 많은 포털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한적 실명제, 즉 회원가입후 로그인을 해야만 글을 남길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겉으로만 실명이 나타나지 않을 뿐,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프라인 세상보다 더 확실하게 발자취가 남기 때문에 보다 많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단지 실명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가슴에 이름표를 달았으면서도 가면을 쓰고서는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라는 것과 같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런 내용, 즉 인터넷도 익명성이 보장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보다 정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사이버 세상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즉 사이버 세상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법과 질서가 존재한다. 이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실명제'라는 단어에 매몰돼 '왜 실명제를 해야 하는지'라는 대의 명분까지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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