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기업의 분식회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소문으로 나돌던 터보테크의 700억원 분식회계설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9일 터보테크에 분식회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분식회계설을 확인중에 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던 터보테크는 2주가 지난 23일에야 단기금융상품 중 700억원의 자산이 양도성 예금(CD) 형태로 가공 계상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3자 명의의 CD를 자산으로 인정 받거나 회사 명의의 CD 사본을 발급 받는 형태로 자산을 부풀렸다. 되살아난 분식회계 망령도 문제지만 사태의 장본인이 터보테크라는데 코스닥시장의 놀라움은 더욱 크다. 터보테크는 벤처업계 1세대 리더로 지난 4년간 벤처기업협회를 이끌던 장흥순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다. 장 회장은 분식회계설이 터진 직후 협회 공동회장직에서 사임했다.
터보테크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코스닥시장의 불안 요인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 20일 코스닥 상장업체인 휴대전화 제조업체 K사를 인수한 뒤 수백억원의 어음을 횡령한 혐의로 경영진 등 관련자들을 구속기소했다. K사의 적자규모를 숨기기 위해 매출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전 대표이사도 포함됐다. 지난 2003년 코스닥시장에 기업을 공개한 K사는 지난해 7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는 탄탄한 우량기업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의 분식회계,어음횡령 등 문제점이 터져나오며 부도가 났고, 결국 지난 8월 시장에서 퇴출됐다.
금융감독원은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된 기업이 30개사라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분식회계로 감독당국의 조치를 받은 기업은 지난 99년 68개, 2000년 50개, 2001년 60개, 2002년 59개, 2003년 46개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금감원 설립 이후 가장 많은 78개에 달했다.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좀처럼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는 에덴동산의 '선악과' 같은 존재다. 명백한 것은 그 맛이 쓰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