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은 본시 불필요한 분쟁을 없애고 편리함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성문화된 최초의 법률이라 일컬어지는 수메르인들의 함무라비법전 서문에는 '세상을 광명하게 하고, 인간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함'이라는 취지가 적혀있다. 하지만 법이 경직화되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최근 금융계에서는 지난 1995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신용정보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이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시급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4조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의 조회는 감독당국에서 승인받은 사람만 가능하게 되어있다. 금융사 정규직원이 아닌 외부용역직원들에 의한 채권추심은 불법이라는 얘기다. 용역직원에 의한 채권추심은 외주를 준 금융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례도 나온 바 있다.
여신영업으로 먹고사는 대부분 금융기관들은 연체채권회수를 위한 관리조직을 상당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체채권 규모가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외주형태로 운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울상이다. 특히 규모가 적던 연체채권도 금융위기가 생기면 일시적으로 수백배로 커지는데 이를 본사 자원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 등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채권추심직원 양성화를 위해 몇차례 법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개정취지를 오해한 시민단체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자 슬며시 취소하고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상태다. 관리책임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신용관리사 등록제 등을 통한 대안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장에서는 용역직 추심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등 불똥이 튀고 있다. 신용정보법이 회사에 위해를 가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흉흉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몰라라 신세에 처한 채 금융회사와 채권추심직원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는 신용정보법 개정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