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납김치' 파동을 보며

[시평]'납김치' 파동을 보며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05.10.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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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먹지 못한다는 것은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최근 보도된 중국산 납김치 파동과 국내산 민물고기에 포함된 유해요소 발표는 우리가 과연 어떤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우려를 자아낸다.

언제까지 우리는 매일 매일을 지뢰를 피해가는 심정으로 살아야 하는가. 게다가 이러한 사건에 대응하는 정책당국의 대처모습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관료들의 전형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냄으로써 심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납김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대처는 정부가 미봉책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 중국산 납김치 문제는 한 국회의원이 지난달 25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중국산 김치 10종의 평균 납 함유량이 국산 김치보다 3∼5배나 많이 검출됐다는 국정감사 자료를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고 국내산 배추 가격이 오르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식약청은 이에 대응하여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식약청 검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납이 아예 검출되지 않았으며, 납이 검출된 경우에도 보건환경연구원 결과의 1/1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안심하고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산김치를 쓴다고 크게 써 붙여 놓지 않은 음식점들은 장사가 안되며, 여전히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는 울상이다.

 

정부의 발표를 국민들이 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당국자 입장에서 볼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일단 덮을 수 있다’면 하는 유혹은 매우 달콤하며 국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저간의 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 외교부 당국자가 ‘중국측이 주중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였다’라고 밝힘으로써 국민들의 의구심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장기적인 부작용이 아무리 많더라도, 관료 개인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려는 강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인 문제는 이미 자신이 다른 부서로 옮긴 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그 속성 상 책임이 불분명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0년 후 납 중독 환자가 양산되더라도 그 원인이 중국산 김치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관료의 특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 가지는 정부관료가 스스로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명성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이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관료들이 정직하다는 명성이 확고해지면 행정집행도 편리해지므로 이러한 명성을 유지하려는 유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명성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유인 역시 계속 존재한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또 다른 방법은 정확한 규율을 만듦으로써 관료들의 임의적 판단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미리 정하여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다. 이번 식약청의 발표는 임의로 추출된 표본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김치 수입업체 236개 중 판매량이 많은 상위 30개 업체만을 검사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이라고 평가하기는 미흡하다.

 

마지막으로 관료가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기가 어려운 경우라도 혹시 가해질지 모르는 처벌이 강화된다면 솔직해질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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