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정서법과 이중잣대

[기자수첩]국민정서법과 이중잣대

박재범 기자
2005.10.21 09:22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게 `국민정서법'이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론'이란 이름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도 있지만 `국민정서법'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친 탓에 일관성도 없다. 지난 8월말과 9월말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보자. `국민정서법'이 회자된 것은 노 대통령이 9월27일 언론사 경제부장과의 간담회에서 삼성 관련 언급을 하면서다.

당시 노 대통령은 삼성애버랜드의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에 대해 "합법적이었다고 할지라도 세금이 적은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대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보다 한달 앞서 KBS TV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 행한 발언은 정반대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국민을 제왕으로 생각하고 필요할 때 직언하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할 줄 알아야 된다. 민심이라고 해서 그대로 모두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을 신하로 생각하고 지금 (국민의 뜻에) 과감한 거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제가 정치에서 경제로, `대연정'에서 `대기업'으로 달라졌을 뿐인데 논리는 180도 바뀌었다.

최근 국가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법에 명시된 대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며 국민정서나 여론보다 합법을 강조한다.

때론 `법과 원칙'이, 때론 `국민정서'가 앞서는 `이중잣대'다. 그러는 사이 국민과 경제 주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고민에 빠진다.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보다 `잣대'가 오락가락하는 게 더 문제인 시점이다.

물론 삼성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정서에 맞서 `과감한 거역'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매번 달라지는 `잣대'는 훗날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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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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