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소리 내는 사람들은 없던데요."
2일 노조의 파업으로 굳게 닫힌 한국씨티은행 종로지점. 지점 정문 바로 옆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빌딩 관리인에게 '파업에 항의하는 고객들이 많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사측 관계자도 "고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사태 등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날 하루 전면파업을 벌이면서 전체 지점의 3분의 2가 영업을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으레 보여지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고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노조원들이 은행을 점거한채 확성기로 시끄럽게 투쟁가를 부르는 장면도 없었다.
이같은 '조용한 파업'은 노조가 이틀전에 파업을 예고해 고객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준데다 사측도 미리 거점점포를 정하는 등의 사전 준비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노사가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고객 불편이 없을 수는 없다.
이날도 일부 고객들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불편을 겪었다. 다만 파업에 따른 고객불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노사가 고객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합법적인 파업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의 파업은 '고객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의 대명사였다. 이런 평가는 노조가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받을 고객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짖밟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멀어 고객들의 불편에 눈을 감아왔다.
하지만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노동자와 사용자만 있는게 아니라 고객도 있다. 노조의 파업이 아무리 정당해도 그 방식이 고객을 무시한 일방적인 것이라면 결국 '여론의 비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노조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노조의 파업이 칭찬할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미은행 노조의 투쟁방식은 그동안 우리나라 노조의 파행 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