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이사들에게 비자금 조성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 계열사간 부당거래에 따른 190억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 판결 이전에도 삼성에버랜드의 이재용 상무보에 대한 전환사채 저가 발행에 관한 판결, 동부건설의 김준기 회장에 대한 골프장 시공업체 동부월드 주식 101만주의 주당 1원 매도 건에 대한 판결 모두 이사들의 주의의무 수준과 경영판단의 범위를 확인시켜 주고 또한 이사들의 의사결정 책임을 일깨워주는 매우 중요한 판결들이라 하겠다.
이사들은 주주들로부터 회사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위임받은 관리자로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며, 우리나라 상법은 이사들이 이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함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위의 판결들은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이사회가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오너와 그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거수기에 머무는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번 판결을 '삼성 때리기'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삼성과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주식회사 이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당연히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이와 유사한 주주대표소송이나 집단소송이 증가하고, 기업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 현행 법제도 상 주주대표 소송이나 집단소송은 절대적으로 원고에게 시간적, 물질적으로 매우 불리한 소송으로 자주 제기되기 어렵다.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합리적으로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이사진에 대해 사전에 사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숙지하고 신중한 자세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엄격히 요구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사법부는 삼성전자의 이천전기 출자 손실과 관련된 소송에서 무죄판결이 내린 경우에서 보듯이 아직까지 이사진의 경영판단에 대해서 도리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우리나라 기업가치의 저평가 현상의 원인의 하나로서 오너리스크 즉 오너 경영자의 전횡적인 의사결정을 이사회가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는 현실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확립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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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이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전적으로 오너 경영자가 장악하고 있고 많은 사외이사들 역시 오너 일가와 긴밀한 친소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사회에게 오너 경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GE 등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들은 이사회의 구성에 있어 CEO를 제외한 사내이사의 비중을 극소화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함으로써 CEO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SK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개편하고 이사회 사무국을 설치 운영하여 사외이사들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