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불완전시장' 조장하는 정치

[시평]'불완전시장' 조장하는 정치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05.11.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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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들의 수장이 자기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자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기실 우리나라에는 시장주의자들이 참으로 많다. 경제관료와 기업인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칭 시장주의자들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학을 수십 년 공부하고 있는 평자는 그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시장을 그저 사람들이 모여 재화와 용역 그리고 자산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이해한다면 그 의미는 분명하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음미하여 본다면 시장은 그 형태와 기능 및 역할에 있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다. 따라서 시장은 그 앞에 수식어를 동반하지 않으면 정확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용어로서 사람들이 때로 시장주의자연 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거나 자기의 이념을 숨기기 위한 위선인 경우가 자주 있다.

 

자본주의를 계획경제와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장이라는 의미에서 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자본주의의 신봉자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에서 경제 행위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시장을 통하여 일어나고 그 목적하는 바 또한 시장을 통하여 달성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시장이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이 완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의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완전하다. 시장참여자가 많지 않아 독과점이 될 수도 있고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거래되는 재화의 특성 때문에 시장균형이 빠르게 달성될 수 없거나 갖가지 규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심하게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경제 행위와 정책의 선택에 있어 필수적이다.

 

시장이 완전하거나 불완전하거나를 막론하고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인센티브 곧 유인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장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경제를 유인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시장에서의 유인 추구는 보다 나은 재화와 용역을 싼 값에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자와 극대의 이윤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급자의 사익 곧 유인의 추구로 나타나며 시장이 완전할 때 이와 같은 유인 추구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시장이 불완전한 경우일지라도 개인이 유인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비난할 것이 못되며 제도의 한 요소로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시장의 불완전성과 유인 추구가 결합하면 갖가지 비정상적인 경제현상을 낳는다. 투기와 거품, 매점과 매석, 규제 및 인허가와 관련된 온갖 부정부패 등이 모두 시장의 불완전성과 유인추구가 결합되어 낳은 병적인 현상들이다. 이와 같은 현상들이 경제의 효율성과 사회정의를 해침으로써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경제행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한 마디로 일할 맛이 아니 나는 것이다.

 

시장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방임할 것을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들을 자주 본다.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두 부류가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시장의 불완전성으로부터 득을 보는 부류의 사람들 혹은 그들에 동조하는 천민적 자본주의자들이거나 다른 하나는 정부가 개입하여 시장의 불완전성을 개선하는데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보는 정부 불신론자들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완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선행하여 정책의 목표가 이념적으로나 수량적으로 분명하여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정책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불신론자들은 이들 두 가지 면에서 정부, 보다 좁혀 말한다면 경제부처가 무능하다고 본다. 시장의 불완전성을 파악하는데도 게으르거나 무능하고 바른 정책수단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자신이 없거나 불필요한 영향력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의사결정에 대한 외부의 영향력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정치로부터 오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경제부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법당국이 강정구 교수 발언을 처리하는 과정이나 헌법 개정 시에 북한 영토를 우리의 영토에서 제외할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보거나 듣게 될 때 정치 앞에서 왜소한 경제부처들이 막상 정책을 마련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여기에 지난 2년 반 이상 우리의 대통령은 끊임없이 지그재그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 현실에 있어 결국 경제는 정치의 하부구조이다. 정치로부터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시장 불완전성의 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우리의 모든 정치인은 명심하여야 한다.

 

시장의 위대함은 근대 경제사와 사회주의 경제의 몰락이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불완전한 시장일지라도 계획경제보다 나으며 우리는 시장을 통해 경제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의 불완전성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것이다. 평자는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을 믿는 편이며 정부 불신론자도 아니다. 다만 시장 불완전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점을 거듭 피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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