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약후강' 주초 낙관론자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연내 전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중기 전망도 맞았다. 코스피시장은 '대망의' 전고점을 별 어려움도 단숨에 돌파해버렸다.
그러나 주식장이 뚜렷한 매수 주체도 없이 오르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다. 외국인의 매도가 멎은 것 빼고는 지난주 이후 랠리의 주된 동력이 사실상 프로그램 매수다 보니 더욱 그렇다. 가능성은 낮다지만 행여 이러다 프로그램 매물이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11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나흘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지만 매수 강도는 세지하고 기관도 8거래일째 매수 우위지만 프로그램 매수를 빼고나면 사실상 순매도다.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된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 둔화세는 여전하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오전 11시 45분 현재 외국인은 719억원, 기관은 1351억원을 순매수 중인 반면 개인은 1843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2847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차익 거래는 317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비차익 거래는 32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14포인트(1.31%) 오른 1250.57를 기록 중이며, 코스닥지수는 2.87포인트(0.45%) 상승한 639.60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10거래일 연속 상승, 투자심리도가 100%다. 코스피시장도 최근 10거래일 중 9일째 상승, 투자심리도가 90%다. 단기 과열권에 진입한 느낌이 들지만 시장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전고점 부근의 저항, 프로그램 매물과 만기 후폭풍 가능성, 국내 시중금리의 상승 등 남은 변수들이 있지만 상승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전고점 돌파의 힘은
이날 증시 급상승의 1차적인 배경으로는 미국 증시의 상승 흐름과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 여건의 호전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발 훈풍이 전고점의 저항을 뚫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9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중 금리가 급락하면서 최근 상승세 제동이 걸렸고 국제유가는 5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화는 강세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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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옵션만기와 금융통화원회 이벤트를 무사히 넘긴 데 따른 심리적인 안정도 증시에 보탬이 되고 있다. 35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이 대기하고 있어 우려가 높았지만 소화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콜금리 동결도 예상대로 이뤄져 큰 반향은 없었지만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김세중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해외 바람이 워낙 좋다"며 "국내적으로는 자금 유입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 확산되고 있는 데다 나스닥 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국내 IT주가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프로그램매수차익잔고는 1조1000억원대로 감소하긴 했지만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여전히 적지 않다. 늘어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연말 배당 메리트와 견조한 시장 베이시스를 감안하면 급격한 프로그램 매물의 출회 가능성은 낮다는 것.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뚜렷한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세가 상승 분위기를 이끄는 상황"이라며 "프로그램 매수 잔고가 1조원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배당 메리트로 인해 기관의 주식보유 욕구가 강해지는 연말이라는 계절적인 특성과 대외 여건 호전을 감안할 때 잔고 부담을 안은 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연말 배당 메리트 때문에 기관에서 주식을 보유하려는 속성이 강해지고 매도차익거래도 1조원 이상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설령 프로그램 매물로 인해 일시적인 시장 흐름의 훼손이 발생해도 빠른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말랠리 본격 가동?
주변 정황을 종합할 때 연말 랠리는 이미 닻을 올림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연말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1300~1350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목표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리기 전에 챙겨봐야 할 사항들도 있다. 첫째는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존한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IT 업종이 상승의 중심축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 여부, 마지막은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 재개 여부다.
이필호 신흥증권 리서치팀장은 "주가가 정답이다는 증시 격언처럼 전고점 넘어섰기 때문에 중기 조정은 일단락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그러나 추가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IT업종과 외국인 동향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매수차익잔고가 지난달 중순 4000억원에서 최근 1조4000억원 가까이로 늘어났는데 최근의 주가 상승은 단기에 불어난 1조원 가량의 매수차익잔고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다음주부터는 더 이상 매수차익잔고로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추가 상승을 위해선 외국인이나 기관이 사줘야 하는데 연말 목표지수 대비 남은 상승폭과 5%를 웃도는 시중 금리를 감안할 때 기관의 추가적인 매수 여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벌리기보다는 정리하는 과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매수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이 팀장은 "남은 것은 외국인의 수급인데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거의 IT업종에 집중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IT업종이 전고점을 넘어설 수 있을 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시장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IT업종에서 꾸준히 사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해외의 IT 모멘텀이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연말 글로벌 장세를 한국이 리드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시장과 함께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연말 장세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외국인보다는 국내 기관의 수급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김 연구원은 "전고점 돌파 이후 시장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투신권의 자금유입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을 지 여부에도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을 위해선 결국 국내 기관의 수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