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물안 개구리' 토종 신평사

[기자수첩]'우물안 개구리' 토종 신평사

반준환 기자
2005.11.14 07:49

 "하는 일은 비슷해 보이지만 중소기업 신용평가는 맞는 용어가 아니라니까요. 거기는 신용인증업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왜 자꾸 고집을 부리십니까."

 한달 전 신용평가사에 근무하는 분에게서 항의를 받았다. 중소기업크레디트뷰로(CB)라는 용어 때문이었는데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측정, 제공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중소기업 신용평가업체'라고 쓴 것이 화근이었다.

 기업CB는 해외에서는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국기업데이터 D&B코리아 등 업체가 설립된 지 얼마 안된다. 때문에 △중소기업 크레디트뷰로 △기업인증 △신용인증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많은 용어 중 독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에서 `중소기업 신용평가'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 이것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 모양이다.

 그 분의 논리는 이렇다. 신용평가는 기업내용뿐 아니라 업황, 대내외 경제여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종합반영되는 반면 기업CB는 현금흐름 및 단순한 재무성과만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자신들이 보기에 중소기업CB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보기 힘든 만큼 `신용평가'라는 어휘는 지나친 포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에게 항의했던 그 분이 최근 이런 얘기를 했다. "S&P나 피치 등 해외 신평사들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평가 노하우에서도 앞서 있고 대외신인도에서도 상대가 안되는데 일본처럼 토종업체의 붕괴가 진행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달 전 장면이 오버랩됐다. 신용평가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쓰는 단어가 아니라고 한 그때의 기세와 대비됐다. 국내 신평사들이 해외사보다 수준이 떨어져서 스스로 움츠릴 정도라면 `신용인증업체'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토종 신평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로 자만했던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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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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