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이 문제이다. 2003년과 2004년의 성장률은 5 %가 채 안되며 올해의 성장률도 역시 5%를 밑돌 것으로 보여 3년 연속 5%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는 1970년 이래 매년 평균 약 7%의 성장을 달성하였으며, 2년 동안 5%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기간은 외환위기 이후 단 한번뿐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경제 침체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무리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다른 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하여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장동력이 가장 왕성한 산업은 어떻게 발굴하는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첫째는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이다. 가장 성장이 빠른 산업은 이윤도 높기 마련이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참여자는 성장이 빠른 산업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성장이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제주체는 바로 이를 찾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기업들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인 사유재산의 확고한 보장과 엄격한 법 집행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성과를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간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둘째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길 원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정부가 성장동력을 더 현명하게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시장의 불완전성에 주목한다. 간혹 시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대가가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관련 산업의 성장은 그 과정에서 기술 수준을 높이고 우수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등 사회적 기여가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가 고스란히 컴퓨터 산업 종사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 대가는 경제전반에 골고루 나뉘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불완전한 경우의 문제점은 성장동력으로서 바람직한 산업, 즉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가지는 산업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도보다 덜 발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한 성과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셈이므로 개인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꺼릴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산업을 선별하여 집중육성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높이기 위해 저리의 자금과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무엇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선택인가? 우리는 정부주도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벤처인증서를 만들면서까지 주도하였고, 박정희 정부는 더욱 막강한 힘을 가지고 중화학공업 육성을 밀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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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벤처육성은 벤처거품을 가져 왔고 중화학 공업 육성은 중복투자로 인해 막대한 유휴설비를 초래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종말을 앞 당기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정부주도의 방법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시장 못지 않게 정부도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문성이 떨어지므로 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설혹 성장동력 산업의 발굴에 성공하더라도 이에 대한 적정한 지원을 하기 어렵다. 정부가 돈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면 기업의 인센티브는 정부에게 잘 보이는 것이 최우선이 되고 부정직한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선정되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은 도를 넘기 쉬우며 지나치게 지원된 산업은 오히려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기 쉽다.
우리의 경험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정부가 보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에 따른 부작용은 시장의 불완전성에 기인한 본래의 문제보다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한다. 또한 우리의 경우는 시장이 불완전한 이유가 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데서도 일부 기인한다. 따라서 성장동력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찾아 육성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기능을 보다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이 때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장참여자의 인센티브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