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藥이 될 수 있다"

[내일의 전략]"藥이 될 수 있다"

이웅 기자
2005.11.22 18:51

전약후강은 아니었지만 추가 하락도 없었다. 초반 낙폭을 유지한 채 거래를 마쳤다. 급락의 주역인 외국인은 막판 매도 규모를 줄여 여운을 남겼다. 증시 주변에서는 때아닌 '인텔 쇼크'로 촉발된 조정의 강도를 재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24.30포인트(1.92%) 하락한 1244.50으로 마감했다. 하루만에 2주전 돌파한 전고점(1244) 부근까지 물러섰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1.67포인트(0.25%)오른 667.71로 마감, 역대 최장인 17일 연속 상승 기록을 수립했다.

모멘텀도 악재도 없이 지루한 흐름을 지속하던 증시가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종전 같으면 '전약후강'으로 여유있게 마무리했을 테지만 이번엔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오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약점이 드러났다

이 급락은 인텔 쇼크 자체의 충격파도 있지만, 그동안 상승 분위기에 가려져 있던 증시 약점을 드러낸 영향이 더욱 컸다. 무엇보다 연속 상승에 따른 누적된 피로와 차익실현 욕구가 파장을 확대시키는 원인이 됐다. 10월 말 저점(1240) 이후 3주 이상 기술적 부담을 무시한 채 '무리한' 상승 흐름을 지속해온 탓에 증시는 작은 외부 충격이나 심리적 동요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외부 충격이 가해진 셈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사업 진출 선언은 최근 상승의 주동력인 대형IT주의 발목을 잡음으로써 급락의 뇌관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세계 시장을 독식해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삼성전자 5% 급락했으며 하이닉스는 8% 이상 떨어졌다. 전기전자업종 전체로 4% 이상 떨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동안 192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적극적으로 매집해온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100억원을 이상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로 인한 투자심리의 악화는 현선물 베이시스 위축과 함께 22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을 불러왔고 이는 낙폭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매물 부담으로 거론됐던 1조4000억원대의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말을 한 것.

'쇼크' 지속될까

하루동안 급격한 조정이 이뤄졌지만 최근 상승을 감안하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스피지수는 10월 말 저점부터 이틀 전 고점(1272)까지 131포인트(11.5%) 급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조정다운 조정은 없었다. 이에 비해 최근 이틀간의 조정폭은 27포인트(2.2%)에 불과하다. 지난 3주여 동안의 상승분 중 겨우 1/5 남짓을 돌려준 셈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외국인 매도가 오늘 하루로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금융업종과 함께 최근 상승을 주도해온 IT업종의 시장 견인력이 훼손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며 "금융주도 가격 부담으로 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대안을 찾기가 현재로선 힘들기 때문에 당분한 지지부진한 시장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급상승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장 자체의 취약한 구조에 의한 것으로 인텔 쇼크 자체의 충격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랠리를 IT주가 주도해왔는데 대장주에 대한 신뢰가 꺾였다는 것은 충격"이라며 "그러나 충격의 지속성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반도체 시장 진출은 분병한 악재지만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며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 우려는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을 흔들만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미 D램 분야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사업 제휴를 하고 있지만 위력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팀장은 "일시적인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파장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중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막판 2000억원 이내로 줄어든 것도 외국인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지는 않음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약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상승 흐름도 훼손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길게 보면 증시에 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열 대투증권 연구원은 "악재의 반영 과정으로 추가적인 반영 여지는 있지만 상승 흐름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며 "충격이 일부 종목에 국한된 데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의 흐름이 좋다 점을 감안할 때 조정 이후 오히려 편안한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최근 조정 없이 급하게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이날 조정은 약이 될 수 있다"며 "전고점 돌파 이후 1300을 곧바로 넘어서는 것은 연말이나 내년 증시로 봤을 때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 조정이 나타날 경우 유력한 지지선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1123)이 거론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인텔의 신사업 진출이 악재인 것은 맞지만 증시에 어느 정도로 반영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심리적으로는 전고점에 이어 20일선 지지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 연구위원은 "단기 급등 부담이 노출되고 있어 20일선까지 조정은 대수롭지 않게 나올 수 있다"며 "20일선까지 조정을 받아도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조정없이 추가로 상승했을 경우 이후 조정폭이 더욱 급격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기적으로 약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아도 단기적인 장세 판단을 위해서는 20일선 지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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