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의 비전문성은 참으로 우려할 만하고 때로는 가히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정확한 일자는 기억에 없으나 꽤 오래 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중파 텔레비전의 밤 아홉 시 뉴스에 우리의 경제학자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에 가장 근접한 두 사람을 선정하여 보도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분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는 조인구교수였고 다른 한 분은 청와대 보좌관을 지낸 젊은 관료였다.
조인구교수의 학문적 업적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이 선정된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함께 선정된 다른 분이었다.
당시 그 분은 두꺼운 경제학 이론서를 한 권 출판하여 케인즈의 일반이론 이후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을 저술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리라는 것이 저자 본인과 문제의 공중파 방송의 보도였다.
그러나 경제학계에서는 문제의 책이 이론으로서의 기본적인 일관성마저 결여된 수준 미달의 낭비로 그저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평자의 판단으로서도 문제의 책으로 노벨상을 받는 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가는 것보다 수억 배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었으며 그와 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문제는 그와 같은 책을 노벨상의 반열에 올려 놓은 기자와 언론기관의 비전문성과 폭력성에 있다. 언론이 정확한 사실보도를 최우선의 목표로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이해하는 기자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문성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
최근 MBC 텔레비전의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이 황우석교수의 연구에 대하여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황교수의 연구에 대하여 제기하는 문제는 첫째로는 연구용 난자를 획득하는데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황교수의 연구결과 가운데는 조작된 것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황교수의 연구결과의 어떤 것은 허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프로그램이 이와 같은 보도만을 하였다면 그와 같은 보도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겠으나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제기된 문제에 대하여 관련이 있는 연구자들과 학술지 그리고 기관에서 차분하게 재검토하여 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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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PD수첩이 황교수의 연구결과의 진위를 스스로 판정하여 보겠다고 나서는 폭력성에 있다. 이와 같은 주제넘음은 과학으로서의 학문을 지향하는 학자들이 하나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어떤 연구와 평가 과정을 거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폭력을 가함에 다름이 아니다. 이와 같은 폭력성은 수십 년 동안 학문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절망으로 다가온다.
PD수첩이 황교수의 연구결과를 스스로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은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나 과대평가하는 우리나라 언론이 가지고 있는 자만심의 전형이다. 세계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그 분야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누군가를 고용하여 검증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나친 만용이다.
그리고 PD수첩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의 심사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담당 PD는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사이언스지가 하지 않은 검증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항변이다.
PD수첩이 진정으로 정확한 검증을 하였는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지의 논문심사위원들에게는 PD수첩이 한 검사보다 더 엄밀하고 체계화된 논문심사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해 보는가.
PD수첩은 지금 황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재검증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충분히 제기 되었으며 PD수첩은 무엇이 언론의 역할이고 탐사보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그리고 보도의 한계를 지키고자 하는 금도를 생각해 볼 때이다.
황우석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재검증은 PD수첩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연구의 연속성 때문에라도 황교수의 연구팀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유능한 학자들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PD수첩은 이제 학계의 대응을 겸손하게 기다리는 성숙함을 보여줄 때인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소중한 것이며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자산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이 자유를 회복한 1980년대 후반 이후로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때로는 지나치고 무책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금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수많은 기사거리 가운데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지 않는 보도와 소음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제 언론이 질러대는 소음이 학문의 영역에까지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다.
차제에 PD수첩과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에게 환기시키고 싶은 말은 영어의 학자(scholar)라는 말이 그리스어의 여가(schole)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이 생각에 전념할 여가를 불필요한 이유로 빼앗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폭력이며 학문과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늘 되새겨 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