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빈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이웃사랑의 달이다.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와 불우 이웃에 대한 자선의 의미, 그리고 이들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처방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소득이 최저 생계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 빈곤 계층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심지어 돈이 없어 지난 1년 동안 몇 달씩 식비를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는 가구가 다섯 가구에 한 가구꼴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급증하였던 노숙자 숫자가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노숙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여러 개의 단칸방이 한 건물에 붙어 있는 쪽방 촌과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사는 서울 시민의 수도 1만 여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빈민 계층을 돕기 위한 자선차원의 사회구제 사업이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널리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단순한 박애정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결되어 있다는 새로운 인식의 확산으로 기업의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의 경영이론은 이익의 극대화를 기업의 최우선 목적으로 보는 좁은 시야를 초월해서 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적 공헌을 강조하고 기업의 이익 극대화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중시하고 있다.
불우이웃을 찾아 훈훈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는 나눔의 경영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양로원 쪽방 촌 등에 사랑의 연탄 나르기, 추위를 견딜 침구류 전달, 자매결연 맺기 등등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불우이웃돕기는 유달리 추운 올 겨울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이익의 일부를 사회계층에 기부하는 자선적 행위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기업의 참여도 경기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지원은 배고픈 사람에게 고기를 잡아줘 허기를 채우게 하는 방식으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자신의 힘”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근본적인 가난 퇴치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3?4년 전부터 자활의지와 능력이 있는 빈곤층의 창업을 지원하는 전문은행인 사회연대은행이 설립되어 이른바 “마이크로 크레딧(micro-credit)"이라고 하는 무담보 소액대출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회연대은행도 대출기금을 개인, 민간기업, 정부의 공공기금 등으로부터 기부금이나 위탁금의 형태로 받아 조성하고 복지금융 위주로 활동하는 비영리 자활기관이라 하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를 따르면서 빈곤층과 자금지원기관이 지속적으로 함께 번영하는 길은 찾을 수 없을까?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 첫 번째 사례로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의 예를 꼽고 있다. 시티그룹은 낮은 신용의 빈곤층에게 무담보소액대출, 송금수수료 면제, 소액보험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 finance)를 잠재적 수익사업으로 인식하고 20여국에서 동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자회사 바나멕스를 통해 소액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이크로크레딧채권의 증권화도 추진하고 있다 아메리카은행(BOA), ABN암로(Amro)은행, 홍콩샹하이은행(HSBC) 등 세계적인 대형은행들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새해에는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빈곤층 자활지원 사업이 틈새시장으로 적극 개발되어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이 다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