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14층 대회의실. 법원이 '공'을 들인 구속영장 발부기준 설명회가 열렸다.
사상 첫 공개였으나 정작 브리핑이 시작된 지 10여분만에 기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웠다. 이는 이날 오전 10시 '구속영장 사무 처리기준 공개'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예견됐었다.
법원이 며칠전 부터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큰 관심을 이끌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구속기준의 대원칙 5가지를 공개했다.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그 중 소년범들의 인권을 배려해 실형이 선고되거나 정책적 고려 대상이 아닌 경우 불구속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는 공개 전에도 대략 알려졌던 상식 수준의 '대원칙'이었다. 그간 법원에 쏟아진 세간의 비판은 이런 추상적 원칙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가 법관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휘둘리거나 왜곡, 운용됐다는 데 있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사례별, 유형별로 구체적인 구속 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탓이 컸다. '유전무죄-무전유죄, 유전불구속-무전구속' 이라는 말이 회자된 것도 세부 원칙의 부재 때문이 아니었던가.
물론 '공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법원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안되는 상황에서 법원에 실제 처리한 모든 사건을 분석하고 영장처리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뻔한 원칙'을 공개하는 것으론 국민의 사법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다. 불구속 재판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추상같은 '법원칙'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우선 명확한 구속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그럴 때 검찰, 경찰 등 영장 청구 수사기관의 법원칙도 바로 설 수 있다. 이번 구속 기준 공개가 끝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