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4조원이 넘는 거액을 챙기게 된 요즘.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토종 사모투자전문회사(PEF)들의 소식들도 하나둘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보고펀드의 비씨카드 인수 추진 소식입니다. 변양호, 이재우씨 등 관계와 IB업계의 스타들이 뭉친 보고펀드의 첫 딜로 알려진데다 매물로 나와 있던 기업이 아니라 주주인 은행들에 먼저 제안을 해서 스스로 '창출해낸' 거래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우려섞인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내용은 보고펀드에 투자를 한 곳과 비씨카드 지분을 보고펀드에 넘기는 곳이 같은 약간은 이상한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보고펀드와 지분 매각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3개 은행 중 우리은행(지분율 27.7%)과 조흥은행(14.9%)은 비씨카드사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지만 각각 700억원과 500억원을 보고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지분을 매각하는 은행들은 보고펀드의 많은 투자자 중의 일부에 불과하고 은행들로선 적당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고 또 보고펀드가 이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올려놓으면 펀드 투자자로서의 이익도 누릴 수 있는 이해상충 여지가 별로 없는 거래라는 얘깁니다. 비씨카드가 11개 은행 주주들로 이뤄져 의사 결정에 시간이 오래걸리고 각 주주은행들이 자체 카드 사업 쪽 비중을 높여가고 있어 적극적인 기업가치 창출 시도가 어려운 지배구조라는 점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딜은 아니다. 다만 모양이 좀 이상한 것 같긴하다"는 수준의 언급입니다.
엇갈린 시각에도 불구하고 보고펀드의 비씨카드 인수 추진은 '보고펀드'였기에 가능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숨어있는 딜을 찾아내는 능력이나 은행장들을 직접 찾아가 제안을 하고 설득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 스타 출신 대표들이 있는 보고펀드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더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은 수익률이 말해줄 거라는 점입니다. 보고펀드가 비씨카드의 가치를 높여서 높은 펀드 수익률을 올린다면 '스타 펀드'의 경쟁력을 입증해 보이는 셈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냉엄한 평가가 내려질 것입니다.
보고펀드가 출범 때의 포부처럼 한국의 대표 토종 PEF로 자라 국내 금융자본을 끌어모으는 초석이 될 수 있을지. 보고펀드가 드디어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